“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한 번씩 다녀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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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캄의 논산 배터리 공장. 기술 유출 우려로 내부 촬영은 금지됐다.
<코캄의 논산 배터리 공장. 기술 유출 우려로 내부 촬영은 금지됐다.>

 논산IC를 빠져나가면 바로 보이는 코캄 배터리 공장은 조금 의외였다. 최근 증축을 끝냈다는 설명에도 두 개 동의 공장은 명성에 비해 작아 보였기 때문이다.

 김흥배 공장장(전무)은 “아담한 것 같지만 여기서 만들어진 배터리가 세계 100여개 개조 전기차에 쓰이고 있다”며 “코캄의 심장부가 바로 이 곳”이라고 강조했다.

 코캄은 국내 보기 드문 2차전지 중소기업이다. 삼성SDI나 LG화학과 같은 대기업 중심의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맞선 대표적 강소기업이기도 하다.

 단적인 예가 지난 2009년 있었다. 미국 최대 화학 회사인 다우케미컬이 배터리를 양산하기 위해 코캄의 기술을 사간 것이다.

 다우는 한해 매출이 56조원을 넘는 거대 기업. 자동차 배터리 양산을 위해 자사 매출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기업의 힘을 빌렸다. 사명도 ‘다우코캄’으로 정했다. 공장은 현재 미국 미시간주에 짓고 있다.

 황인범 코캄 사장은 “내년 2분기면 미국 다우코캄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으로 여기서 배터리가 나올 때마다 우리에게 로열티가 지급된다”고 귀뜸했다.

 코캄은 일찍이 해외서 이름을 알렸다. 대용량과 고출력을 동시 만족하는 배터리로 호평을 받으면서 유럽 개조차 시장을 석권했다.

 황 사장은 “업계 입소문이 나면서 세계 자동차 관련 회사들은 모두 우리를 다녀갔다”며 “다우도 그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기술은 왜 팔았을까. 미래 친환경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들이 갈수록 배터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전략적 판단이었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황 사장은 “거대 자동차 산업을 공략하려면 우리보다 더 나은 파트너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배터리에선 코캄이 전문이지만 자동차 업계 내 네트워크가 부족하다. 본격적인 전기차 양산에 대비하기 위해선 대규모 설비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중소기업 혼자선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황 사장은 “앞으로 자동차용 배터리는 다우코캄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우리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분야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다. ESS는 전력을 비축한 뒤 가정에 공급하는 장치로 대용량 배터리가 쓰인다. 일본 원전사태 후 에너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거대 수요가 꿈틀대고 있다.

 논산에서 놀라왔던 건 또 연구개발(R&D) 인력이 20여명에 불과하단 사실이다. 전체 직원의 약 10% 불과한 인력이 배터리 소재부터 장비까지 순수 독자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김관태 전략기획실장은 “꼭 사람이 많아야 좋은 기술이 나오는 건 아니다”라며 “발빠른 시장 대응과 핵심 기술 개발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황인범 코캄 사장(앞줄 왼쪽 세 번째)과 직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황인범 코캄 사장(앞줄 왼쪽 세 번째)과 직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