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용어로 내성(耐性)은 약물 반복복용으로 병원균 등이 약에 대한 저항력이 생겨 약효가 저하되는 현상이다. 약제 투여량 부족으로 체내 병원균을 모두 죽이지 못하는 경우에 저항이 강한 병균이 살아 남아 저항이 더 강한 자손으로 증식한다. 항생제의 잦은 사용에 저항해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경제적으로도 내성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인다. 이때 내성은 각종 악재나 변화에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사회 경제적으로 내성이 생겼다는 것은 외부적 변화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내부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 경제도 그동안 내부 펀더멘털이 튼튼해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경제 내성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여실히 드러났다.
19일 김 위원장의 사망이 알려지자 크게 흔들렸던 코스피와 환율 등 경제지표는 빠르게 사망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금융시장 혼란 등을 우려해 정부는 비상체제를 가동했지만 우려했던 혼란은 없었다. 생필품 사재기 파동도 없었다. 정부 당국이 놀랄 정도다. 과거 북한의 이상 징후만 보이면 경제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제 남북대립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악재가 아닌 듯 하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60년 정도 남북 대립체제가 오래 이어지다 보니 왠만한 자극에는 꿈쩍하지 않을 만큼 둔감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한국경제가 견고해졌고 국민들이 자신감을 가졌다고 보는 게 올바른 분석일 것이다.
과거 김일성 주석 사망 때와 달리 정부가 김 위원장 장례식 조문을 하느냐를 두고 여론이 들끓지 않는 것도 그만큼 우리나라가 성숙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성은 영어로 ‘tolerance’이다. 프랑스어로 읽으면 ‘톨레랑스’로 관용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김정일 사망에도 차분한 것은 우리 국민들이 자신감이 생기다 보니 마음 넓게 관용을 베풀 정도로 여유로워졌다는 의미가 아닐까.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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