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산업 IT융합 현장에 가다] <상>항공IT

IT가 주력산업 지형을 바꾼다. 성장 포화에 직면한 주력산업계엔 IT융합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이 지상과제다. 특히 항공·조선·차량 등 수송산업은 IT를 만나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다. 지식경제부가 지난달 27일부터 사흘간 주최한 `대학생 IT융합 현장체험단` 행사를 동행 취재해 그 현장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

대학생 IT융합 체험단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기동 내 설치된 항공기 조종 시뮬레이터를 체험해 보고 있다. KAI는 지난 2월 국산화에 성공한 항공 임베디드 시스템을 알리기 위해 이 시뮬레이터기를 제작했다.
대학생 IT융합 체험단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기동 내 설치된 항공기 조종 시뮬레이터를 체험해 보고 있다. KAI는 지난 2월 국산화에 성공한 항공 임베디드 시스템을 알리기 위해 이 시뮬레이터기를 제작했다.

3월 28일 오후 4시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내 항공기동. 1만평 규모의 조립공간에서 항공기 20여대가 KAI의 항공엔지니어 손에서 수동으로 제작되고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수출 물꼬를 튼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비롯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도 눈에 띈다. 항공기는 대당 2년의 정교한 제작기간을 거친다.

“제작 항공기 대수가 많지 않아 자동화 설비까지 필요 없습니다. KAI 전문인력의 실력과 신뢰성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양상우 KAI 개발본부 전문위원이 말했다. 양 위원은 우리나라 첫 항공 임베디드 시스템 국산화 성공을 목표로 진행한 정부 과제 총 책임자다. 2007년부터 5년간 지경부 예산 550억원을 받아 국내 중소기업 5곳과 함께 연구개발(R&D)을 진행해 지난 2월 29일 마무리했다.

KAI 랩실에 들어서자 항공 임베디드 시스템 국산화를 자축하는 플래카드가 보였다. 분주한 엔지니어들 한 쪽에는 먼지 묻은 시스템 장비가 쌓여 있다. 항공SW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것이라고 양 위원은 소개했다. 우리나라는 항공기 수명 30년이 다할 동안 해외업체의 기술이전 통제로 외산 항공 임베디드 시스템을 사서 쓸 수밖에 없었다.

“임베디드 시스템의 소스코드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끝까지 거절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역설계에 도전했습니다. 개발 성공 이후 뜯어보니 록히드사의 기술도 특별할 것은 없더군요. 이제 이 시스템은 쓸 필요가 없지요.”

양 위원의 표정에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2007년 당시 항공기 임베디드 시스템을 직접 개발하겠다고 했을 때 한국의 성공을 점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만도 이미 두 차례 실패를 맛본 터였다. 이에 KAI는 엔지니어들을 꾸려 독일로 건너갔다. 선진업체들의 기술동향을 꼼꼼히 살펴본 뒤 개발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 과제 성공으로 그동안 T-50을 개발할 때 록히드마틴에 지급하던 2억달러의 운용SW 개발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SW국산화를 통한 수출 가격경쟁력도 갖게 됐다. KAI는 향후 수출형 항공기에 해당 시스템을 장착해 한국형 전투기(KF-X)를 개발하고 임베디드 SW기술 상용화 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항공SW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중소기업 생태계를 폭넓게 양성할 수 있다. 그동안 취약했던 수요기업과 IT기업 간 협력기반 구축과 SW 국산화 100%를 꾀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항공IT의 국내 중소기업체 발굴 및 육성과 해외 진출지원을 위해 항공IT혁신센터 설립도 필요하다고 KAI는 강조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