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독일을 떠난 까닭은?

특허권자 우대 정책에 과도한 특허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최근 독일 법원에서 벌어진 특허분쟁 일지

독일 중소 온라인 프린팅 업체 유나이티드프린트는 2006년 경쟁사인 비스타프린트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2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2007년 독일 특허법원은 소송을 기각했다. 5년이 흐른 지난 3월 독일 연방법원도 최종적으로 유나이티드프린트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유나이티드프린트는 이미 2007년 해당 기술 사용을 중지했다. 그 기술을 유지하기 위한 소송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대체 기술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안자 세볼드 유나이티드프린트 법률담당 책임자는 “독일에서 상대방의 특허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라고 비꼬았다.

뉴욕타임스는 독일이 특허권자를 우대하는 정책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세계 특허분쟁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 독일에서의 특허소송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로펌 메이스너 볼트는 유럽에서 일어나는 특허분쟁 3분의 2가 독일에서 일어난다고 밝혔다. 독일 뒤셀도르프와 만하임, 뮌헨 법원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삼성-애플, 애플-모토로라, 노키아-애플 등 6건이 넘는 특허소송이 제기돼 진행 중이다. 관련 소송이 잇따르자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일 모토로라와 특허분쟁을 피하기 위해 독일 판매법인을 네덜란드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유독 독일에서 특허분쟁이 많은 이유는 법원들이 특허권을 옹호하겠다며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고가 특허소송을 제기하면서 상대 회사의 해당 상품 판매를 금지시킬 수 있다. 이는 경쟁 기업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소송의 최종 결론을 내는 데 보통 수 년이 걸리기 때문에 소송을 당한 기업은 침해 여부를 떠나 큰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유나이티드프린트 사례에서 보듯 중소기업은 소송비용이 부담스러워 소송에 노출된 특허를 중도에 사용중지하기도 한다.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미국에서는 독일과 달리 판사의 판단에 따라 완전 판매 금지보다는 부분 판매금지 등을 권고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 2009년 200여개의 중소기업이 모여 `비트콤(Bitkom)`이라는 단체를 결성, 특허분쟁 판결의 모순된 규정을 시정하도록 의회에 압력을 가했다. 의회 역시 만장일치로 수정 권고안을 냈으나 실행으로 옮겨지지는 못했다. MS와 모토로라 등 소송 당사자들이 이 단체 멤버라는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조아킴 헨켈 뮌헨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대기업이 독일 특허법 시스템을 악용하고 있다”면서 “특허 분쟁으로 포장됐지만 사실은 비즈니스 전략 중 하나로 보면 된다”고 평가했다.

최근 독일 법원에서 벌어진 특허분쟁 일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독일을 떠난 까닭은?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