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찌꺼기로 키운 버섯… "그 맛은 과연?"

버섯을 키운에 퇴비로도 활용 가능해…

`카페인에 중독된 지렁이.`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데 실제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대표 생물 지렁이가 커피찌꺼기를 먹고 잠을 못 자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커피찌꺼기는 어림잡아 수백~수천만 톤에 이른다. 그냥 쓰레기로 버려진다. 흙에 묻히면 과영양화를 불러와 식물을 죽이고 동물 생태계도 파괴한다.

이현수 꼬마농부 대표가 `버섯친구` 상품을 보여주고 있다.
<이현수 꼬마농부 대표가 `버섯친구` 상품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고양시 흥덕지구 인근 꼬마농부를 찾았다. 꼬마농부는 커피찌꺼기로 버섯 재배 배지 `버섯친구`를 제작해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있다. 커피찌꺼기 배지에서 버섯을 키우고 나면 버섯종균이 카페인을 분해해 배지가 퇴비로 변한다. 영양이 적절하게 녹아 소가 먹는 비료로 쓸 수 있다. 지렁이나 각종 애벌레 먹이로도 사용할 수 있다.

꼬마농부 이현수 대표는 “커피찌꺼기가 그냥 버려진다는 걸 알고 재활용 방안을 고민하다 미국 대학생이 버섯을 재배한 동영상을 봤습니다.” 라고 사업 동기를 밝혔다. 당시 사회적 기업인 에스오피오오엔지에 근무했던 이현수 대표는 바로 이들에게 연락했다.

`영업 비밀이라 가르쳐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혼자서 커피찌꺼기로 버섯을 기르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전남 여주에 있는 버섯 재배농장에서 버섯 기르는 법을 배우고 커피찌꺼기 성분을 분석했다. 커피찌꺼기와 펄프· 톱밥 등 버섯 성장을 도와주는 섬유질 원료를 섞어 배합 비율을 조절하고 온도와 습도 등 최적 조건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드디어 느타리버섯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커피찌꺼기 배지를 만들어 냈다. 에스오피오오엔지에서 3000만원 가량 투자를 받고 바로 판매를 시작했다. “버섯 사업을 하려면 50억~ 100억원 투자할 생각 아니면 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이 대표는 “중요한 건 버섯을 기르는 게 아니라 커피찌꺼기를 재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구로 사용하거나 직접 버섯을 길러 먹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 대표가 보여준 버섯친구 배지에는 갓이 넓적한 느타리버섯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뻗고 있었다. 느타리버섯은 갓이 클고 대가 짧을수록 상품(上品)이다.

자원의 완전 순환을 이룬다는 사업 모델은 호응을 얻었다. 8개월 동안 매월 약 600~700개씩 팔렸다. 최근에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던 방식에서 대량 생산 체제로 바꿨다. SK행복나눔재단과 LG전자 사회적기업 지원 프로그램에 입상해 재원을 확보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버섯농장의 설비를 인수했다. 올해 목표는 버섯친구를 평균 월 2000개 이상 판매하는 것이다. 하반기에는 대형 유통사와 협력하는 등 버섯친구 판로도 여러 곳으로 다양화할 계획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