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추가 설비투자…사상 첫 8조원대 진입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의 올해 설비투자비가 처음으로 8조원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경기 불황과 실적 악화, 요금 인하 압박에도 롱텀에벌루션(LTE)망 조기 구축과 품질 업그레이드 투자에 적극 나선 데 따른 결과다. 정치권이 쏟아내는 포퓰리즘성 요금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수익 대부분을 세계 최강의 네트워크 품질에 투자한다는 통신 업계의 주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올해 설비투자(CAPEX) 계획을 기존 2조3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더욱 촘촘한 LTE망 구축과 음성 LTE(VoLTE)·멀티캐리어(다른 주파수 대역을 오가며 이용할 수 있는 기술) 등 새로운 LTE 서비스를 위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 실적발표 시 가이던스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도 지난달 말 연간 투자목표를 1조4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VoLTE 품질과 LTE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금액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KT 역시 지난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연초 계획보다 3000억원 많은 3조8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KT는 900㎒ 주파수 대역의 LTE망 구축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투자금액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연초 7조5000억원으로 제시됐던 3사 투자계획은 8조원대로 5000억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투자금액 7조3000억원과 비교해도 1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LTE망 구축 이후에도 데이터 트래픽 폭증과 서비스 경쟁에 따른 신규 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나와 투자를 줄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투자 규모는 늘렸지만 경영 상황은 악화 일로다. 실적 악화·요금 인하 압박·경기 불황 `3중고`에 허덕인다. 통신 3사는 올해 경기 불황 여파와 카카오톡 등 무료 OTT(Over The Top) 서비스 확대로 최악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요금 인하 압박 수위를 더 높였다. 지난주 법원의 `요금 원가 공개` 판결 역시 요금 인하 압박 수단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업자들은 써야 할 투자비는 늘고 미래 투자여력은 갈수록 주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