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터뷰가 전달하지 못하는 것

[기자수첩]인터뷰가 전달하지 못하는 것

기자로서 인터뷰하길 좋아한다. 시종 `기자 끼`가 꼼지락대는 느낌이 좋다. 대화를 밀고 당기는 맛도 별미다. 그런데 인터뷰 기사를 쓰는 건 달갑지 않다. 아무리 공들여 써도 인터뷰이(interviewee·인터뷰 대상자)가 했던 말을 채 절반이나 옮길까. 귀가 아닌 온몸으로 전해 받은 `울림`을 전달하는데 어김없이 `배달 사고`가 나곤 한다.

며칠 전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 포럼에 참석하려고 방한한 `혁신 전도사` 스콧 스턴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좌교수를 인터뷰할 기회를 잡았다. 인터뷰의 정점은 스턴 교수가 “하드웨어(HW) 위주로 성장해온 한국 IT 대기업은 이제 고부가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이었다. 예컨대 반도체 제조업체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개발이나 컨설팅, 물류 등 유관 서비스 분야로 진화·발전해가야 한다고 스턴 교수는 덧붙였다.

SW나 시스템통합(SI) 등 주요 서비스 분야에 대기업 참여를 막은 우리 현실에 사전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항공료와 숙박비까지 국고로 지원했을 테니 기자의 의무감이 발동했다. 좀 더 깊이 `본질적 의문`을 따져 물었다.

`한국 실정이 그런지는 몰랐다`며 선선히 물러나던 스턴 교수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정부가 산업 구조를 결정해선 안 되며 오히려 시책으로 여러 형태의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는 게 혁신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의 정책대로라면 100년간의 HW 컴퓨팅 노하우를 근간으로 SW·컨설팅 등 종합 IT서비스 업체로 탈바꿈을 거듭하는 IBM과 같은 기업은 절대 나올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보호·육성 정책을 굳이 시행하려면 그 대상은 기존 중소기업이 아닌 신생 창업 기업에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젊은 피가 선순환하면서 `기업가정신`이 제대로 꽃필 수 있다는 게 스턴 교수 얘기의 요지였다. `중소기업은 보호받아 마땅하다`는 기자의 흑백 논리가 촌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류경동 경제금융부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