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창업 열기가 뜨겁다. 은퇴자의 자영업 창업도 많지만, 청년 실업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창업 열기를 불어넣은 탓이기도 하다. 창업 열기가 높아지는 현상은 고무적일 수 있지만, 한편 준비가 덜 된 `묻지마 창업`이나 은퇴자 중심의 생계형 창업이 가져올 후폭풍을 생각해 보면 창업 후유증이 몹시 걱정된다. 1991년에 창업한 이후 아직까지 죽음의 계곡에 빠지지 않고 성공적으로 생존가도를 이어 온 창업 선배로 기술창업 준비자에게 경험과 조언을 전하고자 한다.
![[미래 네트워크 미래 인터넷] <14>기술 창업과 인터넷](https://img.etnews.com/photonews/1210/341826_20121025163134_130_0001.jpg)
먼저 창업에 이어 기업가로서 생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창업 준비자에게 중소기업이라는 창업사관학교를 추천한다. 회사생활 경험도 없이 회사를 창업한다는 것은 더욱 위험한 얘기일 수 있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생존 확률을 위해서는 먼저 회사라는 조직생활을 경험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특히 업무가 세분화되고 틀이 잘 짜인 대기업보다는 여러모로 덜 갖춰진 중소기업에서의 경험이 훨씬 유익하다. 중소기업 근무 경험은 창업 준비자에게 창업사관학교 역할을 해줄 것이다.
다음으로 기술창업에서 최소한 차별화 포인트는 필수다. 내가 창업하던 1991년에는 지금과 같은 다양한 창업지원제도도 없었고 벤처생태계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창업하면 죽기 살기로 생존해야만 하는 열악한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더 좋은 창업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생존이 걸린 문제에서는 조금 더 나은 환경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창업과 생존 문제는 배수진을 치고 돌파해야만 하는 절체절명 과제다. 그 시절에도 돈 가지고 창업하면 돈만 다 날리게 된다는 교훈이 있었다. 자본이란 것이 생존을 담보해 주진 않는다는 뜻이다. 맨손으로 창업하고 기술이나 아이디어 같은 차별화된 돌파력을 갖추는 것이 자본의 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나는 그것이 바로 기술 창업의 본질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술과 아이디어로 차별화되지 않은 창업은 블루오션이 아니라 레드오션일 수밖에 없다. 기술이 있다고 창업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차별화 포인트마저 없다면 누구나 뛰어드는 무한 경쟁의 레드오션 환경이 될 수밖에 없다. 동네 골목마다 들어서는 치킨집·식당 등 자영업자가 생존하기 힘든 이유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기술 맹신에서 비롯될 수 있는 시장 수요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 기업 효율성이 낮았던 시절에는 남의 제품을 가지고 사업하면 30%, 자기 제품을 직접 개발해 사업하면 300% 이윤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이 있었다. 일인당 매출액도 1억원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IT의 발달은 기업 일인당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개발비와 생산비가 직접 투입되는 자기 제품의 경우에도 현재 상황에서는 30% 이윤을 확보하기도 쉽지가 않다.
일인당 매출액도 최소한 3억원 정도는 되어야 생존이 가능한 구조가 나온다. IT가 그만큼 기업 생산성을 높여 놓은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더욱 값싼 제품이 제공돼 좋은 일이지만 창업자에게는 그만큼 돈 벌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어떤 제품을 만들어도 대량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없다면 기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많은 개발비가 투입되는 기술 아이템의 사업화에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인테리어 투자를 많이 했다고 해서 식당 매출이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듯이,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했다고 제품이 많이 판매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기술 창업 맹점이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기술 차별화 포인트만 강조하다 보면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야 할 텐, 시장 수요를 도외시한 기술 창업은 오히려 위험해질 수가 있다.
기술 창업은 자본 투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수많은 기술 창업형 스타트업 기업이 시장 수요보다 기술 우선 경향을 보이는데 이것은 잘못된 방향이다. 언제나 수요는 기술에 앞선다. 기술 창업이란 단지 시장 접근 전략의 차이일 뿐이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 회장(kimjh@dasannetwor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