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일본 전자업계 추락의 교훈 “위기인식 수준을 높여라”](https://img.etnews.com/photonews/1211/355865_20121116170259_166_0002.jpg)
일본 전자업계가 추락하고 있다. `샤프, 사상 최대 적자 4500억엔, 이러다 망할 것 같다` `파나소닉 7650억엔 적자, 이대로는 정상적인 회사가 아니다` `소니 5200억엔 적자`.
2003년 샤프는 가메야마 공장에 7000억엔이 넘는 대규모 투자로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LCD왕국을 지키기 위해 핵심 기술은 블랙박스화하고 최첨단 LCD 공장을 지향했다. 가메야마시는 일약 기업도시로 부상하며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그것도 잠시뿐 가메야마 공장 유치에 앞장섰던 기타가와 마사야스 와세다대 교수는 `샤프가 적어도 10년은 전성기를 누릴 줄 알았는데 5·6년밖에 못 갔다`고 안타까워했다.
1979년 제2차 석유위기 직전 일본 히타치가 미국에서 불측사태대응전략을 배워 와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매스컴을 장식했다.
아날로그 시대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그러나 디지털·글로벌·융합 등으로 변수가 다양화하며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축구공 시대에서 럭비공 시대로 변했다는 표현도 무색할 지경이다. 이러한 시대에 변화를 올바로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역사의 교훈 즉 원시반본(原始反本),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으로 지속 생존의 지혜를 찾을 수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처, 자식 빼놓고 다 바꾸자”고 선언했던 신경영도 세기말 특히 천년의 끝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는 교훈에서 시작된 것이다. 또 세계 1, 2등만이 독점하는 승자독식의 시대가 온다는 흐름을 읽고 `질 100%의 경영`에 목숨을 걸어 세계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히든 챔피언, 즉 강한 중견기업이 튼튼하게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 강소국을 보면 역사의 교훈을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특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1,2위의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중견기업을 육성하는 것과 지식창조사회의 도래에 대비한 교육혁신으로 국민의 창의력을 효과적으로 육성해온 백년대계의 결실이다.
21세기 4대자본으로 경제적 자본 외에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 긍정심리 자본을 얘기한다. 북유럽은 교육혁명으로 인적 자본을 충실하게 개발해 온 것은 물론이고 행복한 복지국가를 비전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자본을 충실히 해 융합과 시너지를 창출하는 문화적 기반을 튼튼히 했다. 또 감사를 바탕으로 긍정심리자본을 충실하게 조성해 왔다.
중요한 것은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기 중심을 잃지 않고 가장 중요한 메가트렌드를 찾아내고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선택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변화를 인식하는 수준이 중요하다. 얼마나 중요하고 심각하며 시급한지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 `세계 1, 2등만이 살아남는다`는 얘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 회사도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삼성의 신경영 당시 최고경영자조차 `등에 진땀이 흐르고 잠을 잘 수 없다`는 이 회장의 표현을 같은 수준으로 인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1995년 말 삼성SDI 대표이사로 부임했을 때 LCD를 비롯한 평판 제품이 태동했다. 그러나 워낙 가격차가 커서 누구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세계 최대 브라운관 제조업체로 위치가 튼튼해 두려운 상대가 없었다. 이면우 서울대 교수와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작업을 추진하며 브라운관 사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검토를 부탁했다. “13년 뒤 브라운관은 없다”는 충격적인 보고서에도 위기 인식의 수준 차이는 엄청났다. 중국·인도·남미·아프리카 등 후진국까지 비싼 평판 제품이 들어가려면 요원한 얘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교수는 신제품을 키워 브라운관의 자리를 메우려면 최소한 20년은 걸린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의 경고 덕택으로 소형 디스플레이·전지·PDP·전구 등 신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게 됐고 우여곡절을 거쳐 오늘의 SDI로 생존하게 됐다.
일본 도요타가 위기에 빠진 것도 변화 인식의 문제였고 오쿠다 사장이 도요타를 기사회생시킨 것도 변화 인식을 올바르게 했기 때문이다. 침몰하던 일본항공을 이나모리 교세라 회장이 1년 만에 기적같이 되살린 것도 변화 인식의 수준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떤 변화 속에서도 글로벌 1, 2위는 살아남는다. 그러나 그 변화의 물결이 바뀌면 과거의 1, 2등은 의미가 없다. 새로운 변화 속에서 1, 2위로 변신해야 살아남는다. 이 시대 최고경영자의 덕목은 12지 동물 중 첫 번째인 쥐처럼 예리한 인식력으로 변화와 위기상황을 인식하는 것이고 용의 지혜로 비전을 세우고 뱀이 허물을 벗듯이 조직을 변화시켜 나가는 능력이다.
손욱 한국엔지니어클럽 부회장 wooksun@samsungfore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