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국가창업시대'의 문 앞에 서 있다. 과감한 도전과 혁신 기술로 무장한 창업 생태계는 국가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핵심 동력이다. 다만 '국가창업시대'라는 말에는 조건이 하나 붙는다. 국가 전체가 창업의 무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의 열기가 수도권이라는 울타리 안에만 머문다면, 그것은 '수도권 창업시대'일 뿐이다.
이러한 시점에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창업 열풍을 전국으로 파급시킬 강력한 촉매제다. 지난 8월 3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개편안은 지방과 신산업, 청년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지원을 통해 창업기업의 성장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핵심은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제도의 획기적 재설계'다. 지역 구분을 5개 구간으로 세분화해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소득세·법인세 감면율을 대폭 상향했다. 일반 중소기업은 최대 70%, 벤처기업은 최대 80%까지 감면되고, 15~34세 청년이 창업한 신산업 분야 중소기업은 비수도권 전 지역에서 100% 감면이 적용된다. 미래 신산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실패의 위험 부담 없이 지방 어디서나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든든한 사다리를 놓아준 것이다.
'국가창업시대'의 또 다른 축은 창업도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는 2026년 4개 도시를 시작으로 향후 6개 도시를 추가 지정한다. 초기 투자 연계부터 성장기 기업의 지역 이전까지, 창업기업의 성장 단계 전반을 지역 안에서 받쳐주는 구조다. 창업도시가 청년과 기술이 모여들 '혁신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지방 우대 세제는 그 공간으로 기업을 끌어당기는 '정착의 유인책'으로 작용한다. 중기부의 창업도시와 재경부의 세제 지원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부처의 칸막이를 넘어 하나의 패키지가 완성된 것이다.
무엇보다 지방에는 수도권이 갖지 못한 것이 있다. 각 지역에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 인프라와 산업 기반, 그리고 도시마다 서로 다른 특화 분야다. 어느 곳은 바이오와 소재, 어느 곳은 모빌리티와 에너지에 강점을 갖는다. 이 차이는 흉내 낼 수 없는 자산이다. 여기에 지역 특유의 응집력이 더해진다. 창업자가 지자체와 대학, 연구기관과 한 테이블에 앉기까지 며칠이면 충분하다. 규모로는 환산되지 않지만, 창업기업에게는 결정적인 속도다.
두 축이 맞물린 지금, 지방의 창업 생태계는 스스로 성장할 힘을 갖게 된다. 지역에서 창업한 기업이 지역에서 투자를 받고 인재를 채용하며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때, 지방은 더 이상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혁신의 발원지가 된다. 열 개의 창업도시가 저마다의 색으로 빛나고 “지방에서도 얼마든지 글로벌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퍼질 때, 비로소 '국가창업시대'는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된다.
청년이 창업할 곳을 만드는 일과 창업할 이유를 만드는 일, 이 둘이 만나는 자리에서 국가창업시대가 시작된다.
박대희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 회장 adam6253@cce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