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서른 다섯의 나이에 회사를 창업할 때 10년을 버티면 성공이라 생각했다. 아내에게도 그때 회사를 떠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어느덧 18년. 벤처로 시작해, 그것도 부침이 심한 IT 산업에서 강산이 두 번 바뀔만한 시간을 겪었다. 박동훈 닉스테크 대표의 이야기다.
![[시큐리티 톱 뷰]박동훈 닉스테크 대표](https://img.etnews.com/photonews/1301/386016_20130129142556_420_0001.jpg)
박 대표는 업력에 비해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아 창업 연도나 연혁을 말하기 꺼린 적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오랜 시간 전문 업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건 회사의 역량이었다. 또 남과 다른 경쟁력이었다.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직원들에게 절대로 회사가 힘들어져 여러분을 힘들 게 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15주년에는 어디에 명함을 내도 닉스테크에 다니는 것을 부끄럽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두 약속은 지금까지 어긴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홈페이지 구축 사업으로 IT 업계에 발을 내딛은 닉스테크는 1996년 외산 네트워크 방화벽 국내 판매를 시작으로 정보보안과 연을 맺었다. 이후 대기업 PC 보안 프로젝트를 맡은 것을 계기로 PC나 스마트폰 등 사용자 접점에서 정보유출을 방지하는 `엔드포인트` 보안 전문 기업이 됐다. 박 대표는 `규모가 작다`고 했지만 100여명의 직원을 둔 기업은 어디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닉스테크는 2000년대 초 IT 붐이 꺼지면서 많은 기업이 도산했을 때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박 대표는 그 때의 경험이 경영자로서, 또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탄탄한 회사가 되자고 다짐했습니다. 평생 가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지난 18년간 시장의 신뢰를 받으면서 기반을 다졌으니 이제는 도약할 차례입니다.”
박 대표가 준비 중인 도약은 해외 진출이다. 국내에서 쌓은 경험과 실력이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까다로운 시장 요구를 맞추다보니 국내 보안 제품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탁월합니다. 몇 골을 먹더라도 최소 한 골을 넣겠다는 각오로 더 큰 경기장에서 뛸 것입니다.”
박 대표는 최근 `습관의 힘`이란 책에 푹 빠졌다. 개인은 물론 조직과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습관을 보안 산업에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그간 우리는 보안 제품을 정보유출방지 측면에서만 소개해왔는데 이제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무언가 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도, 또 국내 보안 산업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습니다.”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장을 지낸 덕에 국내 산업 발전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남다르다.
“국내 정보보안산업의 역사가 12년 정도 밖에 안 됩니다. 또 이 중에서도 최근 3~4년이 국내 보안 산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시기였습니다. 개선되고 있지만 최저가 입찰제나 유지보수현실화 등 걸림돌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좀 더 해소되면 국내 보안 산업이 경쟁력을 갖춰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