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 A to Z]<4>통신산업, `양적성장` 넘어 `질적심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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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동통신산업은 지난해 어려운 대내외 경제환경 속에서도 성장세를 지켜냈다. 하지만 외형 성장과 달리 아직 생태계는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첫번째 문제는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부문의 격차다. 완제품으로서 휴대폰 HW 경쟁력은 앞섰지만 운용체계(OS),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 SW 부문은 취약하다.

<이동통신산업 생태계 구성도>
<이동통신산업 생태계 구성도>

삼성전자의 바다 OS,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도한 타이젠 OS가 있지만 안드로이드와 iOS가 장악한 기존 모바일 플랫폼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다양한 융합 작업을 통해 SW 분야에서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번째는 이동통신 매출 증대와 반대로 휴대폰 수출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격차도 더욱 커지고 있다. 2011년 1분기에는 매출과 수출의 격차가 46억달러였지만 같은해 3분기에는 88억달러로 늘어났다. 2012년 1분기에는 148억달러로 매출과 수출간 간극이 더 넓어졌다.

이는 우리 휴대폰 업체가 중국, 베트남, 인도 등 해외 공장 생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해외 생산 비중은 수량 기준으로 70~8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하이엔드 스마트은 품질관리와 기술보안차원에서 국내 생산을 우선하고 있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과 비교할 때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셋째는 단말기와 네트워크부문의 격차다. 휴대폰 부문은 세계시장 점유율 30% 전후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인프라 부문은 2011년 기준으로 4%에 못 미치는 점유율을 보였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LTE 전국망을 구축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신기술과 신서비스 도입을 위해서는 단말기와 네트워크가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 네트워크 부문의 경쟁력 확보는 시장 규모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세트 기술과 부품·소재 기술간 격차를 들 수 있다. 과거 인프라 장비 시장은 기지국은 대기업, 중계기는 중소기업 식으로 역할이 나뉘어 있었다. 최근 4세대 LTE 시대에 와서는 바뀌었다. 기지국이 RU(Radio Unit)와 DU(Digital Unit) 분산구조로 전환됐다. 기존 중계기 기능을 대기업이 생산하는 RU가 대신했다. 자연스레 중소기업의 사업 기회는 크게 줄었다.

부품·소재 문제도 있다. 휴대폰 완제품 분야는 국내 업체가 주도하고 있으나 부품, 소재 수준을 분석했을 때 총 부가가치 창출은 일본, 독일에 이어 한국이 3위라는 외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완제품-부품-소재 간 균형 성장이 담보되지 않은 생태계는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이동통신산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장치산업과 달리 부침이 심하다. 모토롤라, 노키아, 림은 불과 몇 년 사이 천당과 지옥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지금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방심하면 한 순간에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아직은 허술한 산업생태계를 더 보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차세대 기술 개발과 융합화에 선도적으로 나서야 지금의 양적성장을 질적심화로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이현우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차세대이동통신 PD woojaa@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