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금융 현장을 찾아서]-수출입은행 기술환경심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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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융시장에서 환경 리스크가 대두되고 있다. 대형 수출산업 PF(프로젝트파이낸싱) 지원시 고려해야할 1순위가 바로 환경 문제다. 이제 수출형 프로젝트에 나서는 기업들에게 환경문제는 또 하나의 숙제가 된 것이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환경오염 위험이 높은 개도국에서 대형 인프라 시설과 플랜트 건설은 급증하고 있다. 환경오염 관리역량이 부족했던 신흥개도국들도 점차 자국 내 대형 프로젝트 추진이 미치는 환경·사회영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환경 뿐 아니라 사회영향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 또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금융 현장을 찾아서]-수출입은행 기술환경심의실

수출입은행 기술환경심의실 직원들이 해외 대형 수출 프로젝트 수출환경 심사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수출입은행 기술환경심의실 직원들이 해외 대형 수출 프로젝트 수출환경 심사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가 현지 거주민 등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는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이 세계적으로 활발해짐에 따라 부정적 사회영향이 이슈화될 경우 사업 지연, 수출기업 수주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 8월 수출입은행은 국내 최초로 기술환경심의실을 발족했다. 국내 유일의 `전문 환경심사조직`으로 환경 전문가들이 뭉쳐 대형 PF수출산업 관련 환경심사를 전담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녹색금융이 강조되는 현 상황에서 국내 금융회사들도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곧 환경심사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환경심의실은 대규모 금융을 제공하는 PF의 환경위험이 사전에 통제되지 않고 노출돼 프로젝트 자체가 연기되거나 무산되지 않도록 리스크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제금융 커뮤니티에서 프로젝트의 환경관련 신뢰성이 높아지고,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을 지지하는 국제상업은행들과의 협조융자도 이끌어내는 이음새 역할을 한다. 또 환경 위험을 사전에 방지해 국제 NGO들의 국내 수출기업에 대한 비난 여론을 사전에 제거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이처럼 민감한 환경심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기, 수질, 토양 등 자연환경 전문지식은 물론 산업별 평가 기법을 마스터한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수은 기술환경심의실에는 현재 총 12명의 기술·환경 관련 전문 인력이 근무하고 있는데 그중 10명이 환경·사회영향 심사를 수행하고 있다. 설립 이래 총 44여 건의 환경심사를 수행했다.

[표]-수출입은행 환경심사 인력 현황 자료-수출입은행

◆인터뷰/강순기 수출입은행 기술환경심의실장

“최근 수출입은행은 2억8000만 달러에 달하는 금융제공을 터키 보스포러스 해협 해저터널 사업에 투입했습니다. 이 사업을 추진할 때 환경심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유적지 훼손으로 국제적인 파렴치한이 될 뻔 했습니다”

강순기 기술환경심의 실장은 아찔한 사건 하나를 떠올렸다. 당시 이 프로젝트 사업은 유럽개발부흥은행(EBRD), 국제 상업은행과 공동으로 국제기준을 적용해 환경심사를 실시했다. 심사를 통해 시설고도를 낮추는 설계변경을 추진했고 이스탄불시 유적지에 대한 경관 훼손을 최소화했다. 반면 유적지 부근의 다른 SOC사업은 유적지 훼손 가능성 등으로 UN의 거센 비판을 받는 상황까지 몰렸다. 강 실장은 “환경 심사가 없었다면, 이 해저사업 또한 무기한 연기되거나 사업 중단까지 벌어졌을 것”이라며 “수출 PF에서 환경심사를 통한 스마트한 금융지원 체계가 갖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심사는 지구온난화 등 산업 추진에 따른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라며 “환경 리스크를 제어하지 못하면 대형 수출금융 지원 자금을 다 날리는 결과까지 치닫는다”고 말했다. 기술환경 심의실은 국내 수출금융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역할은 물론 넓게 보면 전세계 환경보전을 위한 파수꾼을 자처한다. 강 실장은 “굴뚝산업, 정유, 각종 화학 산업 등은 환경위험을 유발한다”며 “하지만 아직 국내는 체계화한 환경심사 시스템을 갖춘 곳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 대규모 프로젝트 수행 시 환경심사가 당연시 되고 있다”며 “사업주, 금융사도 상당 초기부터 환경심사를 먼저 의뢰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외 HSBC나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사들 또한 환경심사 역량을 갖추고 있다. 강 실장은 “지금까지 46건의 수출 프로젝트 환경심사를 진행했다”며 “이 경험을 토대로 개선점을 찾고, 전문 인력 육성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