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에너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농약대신 미생물로 식물의 해로운 균이나 벌레 퇴치가 가능해진다면, 굳이 농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문제나 환경오염 등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2011년 식물과 미생물이 서로 네트워킹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해 관련업계 및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에너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의 얘기다.

[대한민국 과학자]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에너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류 책임은 국내에 몇 안 되는 식물과 미생물, 식물과 식물 간 상호작용, 그리고 생물학적 식물병방제에 관한한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전문가다. 지난 2002년 이후 이 분야 논문만 60편 넘게 발표했다. 류 책임이 공개했던 식물과 미생물 간 네트워킹은 식물 자기방어시스템이 토대다. 식물이 지상에서 일어나는 해충의 공격을 받으면 뿌리가 있는 지하에 신호를 보내 알리고, 신호를 받은 뿌리에서는 면역 증진 세균과 곰팡이가 주변에 몰리면서 해충 공격에 대비한다는 사실을 류 책임이 처음 규명했다.

실제 류 책임은 고추를 가지고 이 실험을 진행했다. 고추가 `온실가루이`라는 해충 공격을 받자, 뿌리 주위 미생물이 몰리며 고추 스스로 자체 면역을 증강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류 책임은 경상대 농대서 농생물학과를 나온 뒤 미국 오번주립대서 식물병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40대 초반의 전도양양한 과학기술자다. 현재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최근엔 나무전문가로 변신했다. 류 책임이 이끄는 연구팀이 대전테크노파크의 지원을 받아 친환경 가로수 관리 시스템인 `종합적 나무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가로수 잎으로부터 `바실러스 아밀로리퀴파시엔스`라는 미생물을 분리해 대량 배양한 뒤 다시 가로수에 뿌리면 나무 생장이 촉진된다는 걸 발견했다. 요즘 꽃이 피는 벚나무 천공병(곤충과 세균에 의해 나뭇잎에 구멍이 뚫리는 병) 제어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바실러스 균주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유익한 미생물인데다 다른 식물이나 가축에도 무해하기 때문에 화학농약과 비료를 대체할 친환경 수목관리 시스템이 될 것으로 류 책임은 예상했다.

“과학은 `당근 버리기`부터 시작합니다. 보통 우리가 얘기하는 “당근이지!”라는 일반적인 통념부터 깨고 처음부터 호기심을 갖고 새로 인식하는 것이 과학입니다. 봄이 왔으니 꽃피는 건 당연하죠. 하지만 과학자라면 이런 현상을 당연시하는 인식부터 버려야 합니다.“ 류 책임이 지난해 수행한 과제는 미래창조과학부(전 교육과학기술부)의 `2012 기초연구 우수성과`로 선정됐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