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립한 원격검침인프라(AMI)사업협동조합이 조합에 속한 대기업 등 특정업체의 독점과 담합 의혹 논란에 휩싸였다. 조합 설립 목적은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그리드 AMI 구축사업에서 대·중소기업이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것이지만 오히려 담합을 조장할 수 있어 동반성장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연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업주체인 한국전력공사가 사실 확인에 나섰다.
13일 한국AMI사업협동조합 창립총회 자료집에 따르면 조합은 로엔케이, LS산전, LG유플러스, 비츠로시스를 대표로 하는 일명 `대표선수제`를 도입해 운영한다. 대표선수제는 사업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사전에 불필요한 경쟁구도를 만들지 않으면서 이들 기업을 입찰 대표로, 중소기업을 협력사로 두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자율경쟁을 제한하는 불공정 우려 논란이 사업 주체인 한전과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전 고위 관계자는 “AMI조합 설립은 가격이나 입찰방법 등에서 불공정이 우려된다”며 “조합을 제재할 권리는 없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공정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불공정행위가 드러난 건 아니지만 문서상으로만 보면 독점과 담합이 의심스럽다”며 “한전을 통해 사실을 파악한 후 문제가 확인되면 시장 질서를 깨뜨리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AMI 핵심 부품인 전력선통신선(PLC)칩을 조합 참여사들이 독점하려는 의도가 담긴 내부 문건도 확인됐다. 조합은 PLC칩 공급기업이 비조합사에 칩을 공급하지 못하게 하는 공증문서를 요청할 방침이다. 사업 공고는 PLC칩을 내장한 AMI 모뎀과 데이터집합장치(DCU) 두 개 분야로 진행하기 때문에 칩 없이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조합 회원사들은 칩 확보를 위해 칩 개발·공급사에 1억원에서 최고 4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조합의 구매력을 활용해 칩을 독점하면서 비조합 기업의 사업 참여를 제한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 한 사장은 “조합에 가입하지 않으면 칩을 제공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가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이 조합을 주도하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고 정부의 대·중소기업 상생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희철 조합 이사장(로엔케이 대표)은 “조합 설립 이전에 몇 차례에 걸쳐 조합원사의 칩 확보를 위한 방안과 선수대표제 등을 논의한 건 사실이지만 최종 결정한 것은 아니다”며 “이 같은 사업계획이 공식 문건으로 유포된 건 실수”라고 말했다.
조합은 지난달 30일 업계 13개 업체 참여로 설립됐고, 지난주 서울시에 설립 인가를 위한 접수를 마친 상태다. 조합원사는 한전 사업 등록기업 중 절반에 해당한다. KT와 한전KDN, 누리텔레콤 등 10여개 기업은 조합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AMI 사업 협동조합의 `대표선수제` 운영 계획
자료:AMI사업협동조합, 투자금액은 각사 취합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