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출연연 기술지주사, 벤처기업처럼 운영해야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17개 정부출연연구소가 530억원을 출자해 공동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한다고 한다. 출연연이 보유한 사업화 기술과 지주회사의 자본을 결합해 기술창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다. 공동기술지주회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만들어 운영 중인 ETRI홀딩스를 벤치마킹했다. ETRI홀딩스가 만들어진 지 3년 정도라 성공여부를 평가하기 이르지만 창업기업 설립 후 가장 어려운 기간인 초기 5년 동안 자금과 경영 노하우를 지원함으로써 기업 생존율과 사업화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공동기술지주회사의 성패는 초대 최고경영자(CEO)와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는 출연연 기술의 사업성을 판단하는 능력에 달렸다. 지주회사를 이끌어 갈 CEO는 기술사업화와 벤처캐피털(VC), 기업 경영 경험을 골고루 갖춰야 한다. 대주주가 될 출연연의 입김도 없어야 하겠지만 독립기관인 만큼 자율적인 경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출연연이 연구개발(R&D)한 기술을 성공적으로 사업화하는 것도 지주회사가 해야 할 일이다. 국가 R&D 예산 10조원 시대가 됐고 출연연이 개발한 기술도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이 기술을 이전받아 상용화하는 비중은 생각만큼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오는 11월이면 지주회사 CEO가 선임되고 출범과 동시에 지주회사가 출자한 자회사도 탄생한다. 지주회사의 본격적인 투자 시기는 출연연에서 262억원의 자본금이 들어오는 내년 중반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가 출자한 자회사도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출자금이 출연연 기술료 중심으로 이뤄진다 해서 비영리 공공기관처럼 경영해서는 안 된다. 이익을 추구하는 주식회사인 만큼 철저한 벤처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창업기업이 무너지기 쉬운 초기 5년 동안 기초 체력을 길러주자는 것이 지주회사의 설립 취지다. 정부에서 초기 자금과 경영을 지원해 주니 기존 창업기업 보다 성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회사가 기술창업의 성공사례로 자리 잡아 또 하나의 대한민국 벤처신화를 써 내려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