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전담반 시동…미래부-방통위 세계 유례없는 부처간 주파수 전쟁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700㎒ 유휴 주파수 사용용도를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미래부는 통신용으로, 방통위는 방송용으로 각각 밀어붙일 태세다.

정부부처가 공공재인 주파수 사용처를 놓고 정면 격돌하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새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정치권의 야합으로 파편화된 주파수 거버넌스 때문에 정책 결정의 난맥상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700㎒는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주파수 수요가 급증하는 통신용으로 할당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통신용 할당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미래부와 방통위가 합의하지 못하면 상당 기간 700㎒ 주파수 할당 정책은 표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31일 미래부와 방통위에 따르면 양 부처는 8월 700㎒ 주파수 용도결정을 위한 공동 전담연구반을 정식 가동한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이날 “미래부와 700㎒ 공동 연구반을 운영할 생각”이라며 “8월 21일 최문기 미래부 장관과 만나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700㎒ 공동 연구반을 위한 막바지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다. 연구반에 참여할 교수 등 전문가 풀 구성도 시작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르면 8월 초라도 공동 연구반 킥오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연구반이 가동되더라도 700㎒ 주파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방송과 통신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한데다 방통위는 위원회 조직이어서 상임위원 간 견해차도 크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지난 정부에서 지상파방송 디지털 전환으로 발생한 108㎒ 폭 유휴대역 가운데 40㎒를 통신용으로 지정했다. 나머지 68㎒는 미정이다. 통신업계와 지상파 방송사는 이 유휴대역을 놓고 마찰을 빚어왔다. 통신업계는 이동통신용 주파수 부족을 이유로, 방송사는 보편적 디지털TV 서비스와 초고선명(UHD)TV 등 차세대방송서비스를 위해 700㎒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전문가들은 해외처럼 700㎒ 통신용 할당이 유력할 것으로 예측한다. 방송사가 내세우는 명분에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2013년 현재 10% 이하다. 10가구 중 1가구만 전파를 이용해 방송을 시청한다.

DTV 채널이 부족하다는 것도 논리가 약하다. 아날로그TV 종료 전 방송사들은 전국에 약 1200개 채널을 허가받아 운영했다. 정부는 올해 10월까지 재배치가 완료되는 DTV(470~698㎒)에서 기존보다 훨씬 많은 1800개 채널을 허가할 계획이다.

방통위 내부 분위기도 바뀌는 추세다. 최근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이 위원장은 “UHD 서비스를 서두르지 않겠다”며 “(700㎒를 통신용으로 할당해) 확실한 먹거리가 생긴다면 양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UHD 도입을 신중히 추진하는 만큼 무조건적인 신기술 도입을 경계하고 경제적 타당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연구반 단계에서 충돌이 재현될 소지는 여전하다. 친방송계로 분류되는 방통위 일부 상임위원들은 여전히 700㎒ 일부를 방송사에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700㎒ 정책이 경제 효용성이나 국민 복리보다 정치적 결정에 좌우될 여지도 없지 않다.

방송통신업계는 “미래부와 방통위가 700㎒ 용도배정 논의를 이른 시일 내에 공론화해 소모적인 논쟁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