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역차별 당한다는 말이 많은데 이는 고시나 교사 등 시험을 보는 곳에만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실제 우리나라를 이끄는 경제계에서 여성의 역할은 아직 1%도 안 됩니다.” 이은정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여성벤처(여성기업)의 위상이 창조경제 시대에 맞춰 많이 올라간 것 같지만 경제계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코스닥과 거래소를 합쳐 1787개 상장기업 중 여성 기업은 13개, 0.7% 밖에 안 된다”며 “여성이 직접 창업해 상장한 기업은 훨씬 적은 2∼3개 정도 밖에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조경제 시대에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고위직 여성과 기업 대표가 훨씬 많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20% 정도는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박세리의 LPGA 진출을 예로 들며 “지금은 다소 부족하지만, (성공한 여성 기업인이) 나오기 시작했으니 조만간 선배보다 뛰어난 청출어람의 여성 기업인이 많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안 좋다고 보지 말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봐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창조경제를 화두로 여성만을 위한 정책적 배려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이 회장은 “출산관련 법 등 여성만을 위해 법을 만들면 오히려 그것이 발목을 잡는다”며 “억지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대로 내버려두면 된다”고 말했다.
이미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더 높아지는 등 변화가 시작됐기 때문에 10년만 지나면 굉장히 달라진다고 전망했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다`는 고정관념도 여성이 자리 잡기 힘들었던 시절, 더 치열하게 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며 여성 진출이 늘어날수록 이런 문제도 해결된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의 벤처정책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발표한 벤처자금 선순환 정책 등이 아직 피부로 와 닿지는 않는다”며 “액션 플랜으로 이어지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중소·중견·대기업이 창조경제에 의지를 갖고 움직일 수 있도록 확실한 터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정부가) 주저하지 않고 창조경제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첫 도미노를 넘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큰 방향이 다르지 않다면 (기업에) 힘을 보태주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공무원부터 창조형이 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각종 정부 지원도 관리가 아닌 창조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공무원이 당장 창조형이 안 된다면 창조적인 협회나 단체 등 민간에 맡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창조경제 시대에는 정부가 할 일을 더 줄여야 한다”며 “정부는 꼭 필요한 일만하고 나머지는 기업이나 민간에 내버려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해서 `다람쥐 역할론`을 제시했다.
다람쥐는 겨울을 나기위해 도토리 2000개를 여러 곳에 묻어두지만 이 중 1000개만 먹고 나머지 1000개는 참나무로 자라난다는 것이다. 정부가 다람쥐가 돼서 도토리라는 씨를 뿌리면 그 중에서 참나무(창조적인 것)가 자연스럽게 자라난다는 설명이다.
최근 불고 있는 청년 창업 열풍과 관련해서는 `헝그리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직장생활 3년 정도하고 29살에 창업했는데, 경영학도 전공했고 어차피 할 거면 사장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창업은 전쟁터였다”고 회상했다.
특별한 생각 없이 시작하는 모럴 헤저드 창업을 경계했다. 실패 재기 지원도 치열하게 노력했던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취업 등 이것저것 안 되니까 창업이나 하자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을 독려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어 “20년 전이랑 비교하면 창업 환경이 굉장히 좋아졌지만, 결국 성공의 열쇠는 결핍이 만들어낸다”며 “부족한 것이 경쟁력을 만들어낸다”고 `치열한 창업`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