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장(kkj0123@mfi.re.kr)
지상파 방송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고 차세대 방송 이슈가 새롭게 부상했다. 한편에서는 아직 다수의 유료 아날로그 방송이 남아 있고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이제 겨우 이뤄져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차세대방송과 이에 대한 정책 수립과 추진은 엄연한 현실이다.
![[개막! 차세대 방송]<14>바람직한 차세대 방송 정책 방향](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9/27/479077_20130927110709_566_0001.jpg)
마치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는 설국열차와 같은 디지털경쟁에 있어서 차세대란 다음 정거장과 같다. 열차경쟁은 이미 HDTV와 3D TV라는 역을 지나쳐왔다. 다음 역으로 UHD TV를 향하면서 차세대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안내방송이 나오는 것이다. 곧 지나게 될 UHD TV 역을 지날 때 축배를 마시고자한다면 지나친 역에 대한 교훈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먼저 HDTV이다. 디지털방송으로 진입하면서 `우리는 다채널이 가능한 SD가 아니라 고화질인 HD다`라고 정책을 수립했다. 당시에 이견이 많았다. HD보다는 SD이면서 이동수신이 가능한 것으로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유럽방식(DVB-T) 표준을 채택하여야 한다는 측과 HD를 지향하는 미국방식(ATSC)으로 가자는 측의 대립이 치열했다. 정작 전환 비용을 지불하고 수용하는 국민을 사이에 두고 방송사와 현업 기술인과 가전업체·정부 대립이 극도에 달해 이동 서비스인 DMB 주파수를 나누며 미국 방식으로 최종 결정을 본 바 있다. 결국 세계가 HD를 향해 달려갔고 우리 가전사는 HDTV 수상기 시장에서 세계를 재패했다.
그러나 막 지나쳐가는 HDTV역사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비록 DMB라는 부산물이 생겼지만, HD방송을 하면서 방송사업자에게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나 배증되는 수익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수용자도 고비용에도 화질이 좋아졌지만 새로운 서비스를 얻게 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말 사업자 성과를 제외하면 아마도 고화질 화면에 등장하는 연예인이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빈번히 찾게 됨에 따라 관련 사업이 커진 정도일 것이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은 디지털 전환 기간이다. 2000년 본방송을 개시한 것으로 보면, 무려 13년에 거쳐 디지털로 전환했다. 긍정적으로 보면 수용자로 하여금 충분히 디지털 전환 시간을 준 친수용자 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기간은 평균 TV수상기 사용 연한의 두 배에 가까운 기간이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길었고 그 여파는 아직도 다수 아날로그 유료방송이 남아 있는 데까지 미쳤다.
3D는 어떠했는가. 아날로그 역에서 디지털 구간으로 접어들어 HD역으로 가는 길이 지나치게 돌아갔다면, 3D로 가는 길은 간이역처럼 지나쳐 갔다. 이 구간에서 과연 정책적인 호들갑이 필요했는지 되씹어 본다.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지나친 의욕 속에 수상기 사업자의 경쟁 아이템에 국가정책마저 동원된 사례가 되어 버렸다.
다시 차세대방송을 이야기하는 지금, HD와 3D에서 긍정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교훈 삼아 차세대 방송을 이야기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는 단기성과를 추구하는 정책을 지양하고 중장기적, 단계적 정책이 되어야 한다. 특정사업자의 이해에만 치중한 차세대 방송정책이 되어서도 안 된다. 더욱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단순한 도입 정책 성격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려한 기대 효과가 나오는 않는 이유가 수상기 보급에 급급한 정책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 까닭이다. 최종 소비자인 수용자 편익을 제대로 감안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왜 차세대방송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고화질·다기능·쌍방향성 등 수용자 중심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는 정작 고화질로만 치달리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과거 차세대 방송정책은 기술이 주도하는 형태였다. 가전산업을 가진 우리 장점이자 단점이다.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해야 한다. 앞으로 차세대 방송정책은 단순히 기술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문화와 생활, 공간이 기술과 융합되는 창조경제시대에 걸 맞는 차세대방송에 대한 큰 그림이 필요로 하다. 기존의 틀을 깨는 창조적 고민이 필요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