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32>융합형 전문가가 되는 지름길(1)

미국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즉 STEA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 그리고 수학(Mathematics)의 첫 글자를 조합해서 만든 용어다. 과학과 기술과 공학이 융합해 과학기술이나 공학기술이 되고 이것이 예술과 융합돼 과학적, 기술적, 공학적 예술이나 예술적 과학, 공학, 기술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수학이 융합돼 또 다른 분야로 끊임없이 새로운 창조가 일어나는 교육이 STEAM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인문학이다. 예술이 인문학을 대변할 수도 있지만 타인의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느끼는 인문학적 감수성을 예술이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과학으로 기초 이론과 원리를 만들고 법칙을 설정하고 그것을 실제 응용하는 기술과 공학을 융합해 과학적 창조나 기술공학적 산물을 하나의 예술적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학적 논리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수학적 상상력이다. 수학적 논리로 정확성과 정밀성을 추구해 현실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과학적 결과나 기술공학적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과 공학기술이 수학의 힘을 빌려 세상을 변화시키는 창조적 혁신이 일어나려면 사람의 얼룩과 무늬를 읽어내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감수성이 필요하다. 상상력은 구체적인 현실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아픔과 외로움, 불편함과 불안감, 불만족스러움을 가슴으로 공감하면서 이를 치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이다. 상상력은 밑도 끝도 없는 뜬구름 잡는 허무맹랑한 몽상이나 망상, 환상이나 공상이 아니다. 몽상과 망상, 환상과 공상에는 힘력(力)자가 붙지 않는다. 상상에만 힘력(力)자가 붙어 상상력(想像力)으로 변신한다. 그만큼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상상력이 밑바탕에 깔려야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진정한 의미의 융합형 인재가 탄생할 수 있다. 과학과 기술과 공학과 예술, 그리고 수학을 융합하기 이전에 감성의 융합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