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객이 쌓은 데이터를 돈 내고 옮기라니···

몇몇 다국적 정보기술(IT)업체들의 과도한 라이선스 기반 영업 관행에 기업 고객들이 분통을 터뜨린다. 일방통행식으로 기업 고객을 압박하기 일쑤다. 소탐대실이며 자충수다.

당장 SAP가 도마에 올랐다. 자사 솔루션을 쓰다 다른 솔루션으로 바꾼 기업 고객에게 SAP 솔루션을 쓰지 않는 데이터 이동이 불법이라고 압박하며 관련 솔루션 추가 구매를 유도했다. 기존에 쌓아둔 데이터를 새로 쓸 다른 솔루션 DB에 옮기려던 고객사로선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SAP 본사에도 항의했지만 아직 납득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고객사가 SW기업과 계약할 때 라이선스 규정을 꼼꼼히 살피지 못한 책임도 없지 않다. SW기업의 권리를 밝힌 규정을 고객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SW기업도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과연 SAP 영업 직원이 해당 회사에 사전에 제대로 설명을 했는지 의문이다.

라이선스를 무기로 한 그릇된 영업 관행은 이 회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국적 SW 기업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사에만 유리한 라이선스 규정과 관리 솔루션으로 고객 이탈을 막거나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영업 행태다.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SAP, 어도비와 같이 특정 시장을 독과점한 기업 사람들이 이런 유혹을 더 받는다.

아무리 시장을 독과점한다고 해도 이런 관행은 오래갈 수 없다. 불만이 쌓이면 고객의 집단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처음 거래할 땐 모든 것을 다 줄듯했다가 거래가 끊어지면 안면을 싹 바꾸는 식은 곤란하다. 그 SW기업 제품을 믿고 산 기업 고객에게 어떻게 보이겠는가. 이런 일이 누적되면 SW기업의 신뢰와 이미지가 실추한다. 결국 고객 외면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다국적 SW기업들은 라이선스 규정을 고객사가 귀찮아 할 정도로 충분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그래야 뒤탈이 없다. 한걸음 더 나아가 라이선스 규정 자체도 적절히 손을 봤으면 한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면 이를 반영하는 게 옳다. 중장기적으로 시장 파이를 더 키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