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국제화의 디딤돌, `쌍리을(ㄹㄹ)`을 사용하자](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0/07/482812_20131007150357_774_0001.jpg)
국제화, 세계화가 대한민국의 활로이고 살 길이라는 주장이 나온 지는 꽤 오래되었다. 국제화는 학계, 산업계, 문화계뿐 아니라 이제 우리 사회생활에서도 통용되는 용어이고 행동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에는 많은 변화, 발전이 있었으나 거의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것이 있다. 바로 외래어 표기법이다. 생활에서 사용되는 외래어가 날로 많아지고, 외국어로 대화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잘못된 외래어 표기법과 발음에 여러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한글이 우수하고 자랑스럽지만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해결법을 찾아가는 것이 한글을 발전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중 한 가지가 `쌍리을(ㄹㄹ)`을 쓰는 것이다. 이는 실행하기도 쉽고 효과도 크며 외국어 발음과 대화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다. 국어사전에는 ㄹ의 발음법이 설명돼 있다. 첫소리(초성) 발음은 영어의 R과 비슷하고, 받침(종성)의 발음은 L과 비슷하다고 돼 있다. 순수한 우리말을 표현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첫소리가 L로 시작되는 외래어를 한글로 표기하거나 발음할 때에는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R로 시작하는 외래어와 구분이 되지 않아서 혼란이 생기고 의사소통이 잘 안된다. 예를 들자면, 레인(rain, lane) 락(rock, lock) 레이스(race, lace) 링크(rink, link) 램프(ramp, lamp) 랜(ran, LAN) 리더(reader, leader) 러브(rub, love) 라이트(right, light) 롱(wrong, long) 등이 있다.
현재 한글에서는 쌍리을(ㄹㄹ)을 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연결형 쌍리을(받침 ㄹ과 다음 글자의 초성 ㄹ이 연결된 경우)은 많이 쓰이고 있다. 그 발음은 분명히 영어의 L과 같다. 빨래, 걸레, 결론, 굴레, 놀림, 달림, 말림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외국어의 한글 표기와 발음에서 첫소리(초성)가 L인 경우에는 쌍리을(ㄹㄹ)로 쓰고, L(ㄹㄹ)로 발음하면 간단하게 문제가 해소된다. 이렇게 고쳐 써야 외래어의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된다.
ㄹ라르고(largo) ㄹ라마(Lama) ㄹ랜딩(landing) ㄹ런치(lunch) ㄹ레닌(Lenin) ㄹ레슨(lesson) ㄹ렌즈(lens) ㄹ레몬(lemon) ㄹ레저(leisure) ㄹ레프트(left) ㄹ라일락(lilac) ㄹ로비(lobby) ㄹ레이저(laser) ㄹ라틴(Latin) ㄹ로스(loss) ㄹ리그(league) ㄹ린치(lynch) 등이 대표적 예다.
이에 비해 R은 여전히 ㄹ로 표기 된다. ㄹ런(learn) 런(run) ㄹ로우(low) 로우(row) ㄹ로오(law) 로오(raw) ㄹ레이트(late) 레이트(rate) ㄹ립(lip) 립(rip) ㄹ로열티(loyalty) 로열티(royalty) 등이다.
쌍리을(ㄹㄹ)을 쓰면 장점도 많다. 우선 외국어, 외래어에서 L을 정확하게 발음하고 또 한글로 표기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한글의 우수성을 한층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둘째, 외국어 교육과 학습 효과가 크게 좋아진다. 당장 R과 L의 발음을 분명하게 구분함으로써 외국어 발표 및 대화가 한단계 향상될 수 있다.
쌍리을(ㄹㄹ)을 구현하는 것도 매우 간편하다. 우선 한글의 쌍자음 집합(ㄲ, ㄸ, ㅃ, ㅆ, ㅉ)에 ㄹㄹ을 추가하고 이 글자를 만들도록 한글자판 프로그램을 조금만 수정하면 된다. 이 같은 한글맞춤법의 개정과제는 한글학회, 국립국어원 등이 연구검토 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 활동이 많아지면서 외국어로 대화하고 발표할 기회가 점점 늘고 있다. 한국인이 R과 L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더 이상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어사전의 외래어 표기도 실제에 맞게 더 개선할 수 있다. 쌍리을(ㄹㄹ) 표기법과 발음을 적극 사용하면 한글을 충분히 국제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디딤돌이 될 것이다.
김재균 카이스트(KAIST) 명예교수 kimjk@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