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일 내년 정부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겼다. 헌법 54조 2항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올해에도 정치공방으로 시한을 넘겼다. 2003년 이후 11년째 법정 기한을 지키지 않았다.
2일 국회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등을 둘러싼 여야 간 극한 대치로 새해 예산안 법정시한을 넘겼다. 국회는 법정시한인 이날까지도 예산안을 예산결산특위에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예산안을 예결위에 단독 상정해 심의하겠다던 새누리당은 황우여 대표가 2일 민주당에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4자회담을 제안하고 민주당 지도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단독 상정 수순은 일단 멈췄다.
예결위는 지난달 29일 정부를 상대로 예산안 정책질의를 시작했으며 이달 9일 예산안 계수조정소위원회를 가동해 16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실제로 16일까지 처리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정치권 관측이다.
여야가 뒤늦게라도 예산안 심사에 착수해 속도를 내면 연내 처리가 가능할 수도 있다. 예년을 보면 여야는 법정시한을 넘겨 연말까지 대치하다 12월 30일(2003년·2005년) 또는 12월 31일(2004년·2009년·2011년)에 가까스로 예산안을 처리하곤 했다. 지난해에는 해를 넘겨 1월 1일 새벽 6시에야 늑장 예산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현재와 같은 강경 대치가 계속된다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이 편성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다수다. 준예산은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전까지 확정되지 못했을 때 정부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전 회계연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잠정적인 예산을 말한다. 준예산이 편성되면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357조원의 재정지출 계획 가운데 140조원 이상의 지출을 할 수 없게 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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