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스마트그리드 비즈니스모델 관건은 제도개선이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2/11/509023_20131211145508_343_0001.jpg)
“혹시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예비사업자 선정 소식 들으셨습니까?”
“서너 곳을 선정하기로 한 것까지는 들었는데, 그러고 보니 예비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한 날짜가 한참 지났군요.”
“한 달쯤 전에 선정됐습니다. 그런데 신청한 8군데 모두 예비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다 선정돼서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한 저희는 실망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준비 잘한 곳과 못한 곳의 변별력도 없는 것 같고….”
얼마 전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에 참여한 기업 임원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기업에서는 이명박정부 이후 주춤한 정부의 스마트그리드 정책 의지가 되살아나는가 하고 기대했는데, 나눠 주기 식 정책으로 전락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지역 민심을 생각해 8개 컨소시엄에 모두 기회를 줬다는 루머도 있다.
정부의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작년에 사실상 멈췄다. 작년에 시작했어야 할 거점도시사업은 선정 작업이 늦어지면서 사업명이 거점지구사업으로 바뀌었다가 올해 다시 확산사업으로 전환됐다. 제주실증사업도 지난 5월로 마침표를 찍었다. 스마트그리드에 관심을 보이던 민간기업도 정부의 정책의지 실종으로 동력을 잃었다. 스마트그리드를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하나하나 발을 빼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도 성급했음을 깨닫고 조직을 축소하거나 없애기도 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신규 사업에 배치된 인력은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공고를 냈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추진 방식은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이 주도해서 확산할 수 있는 거점을 구축하는 형태를 택했다. 국비 중심의 단순 지원에서 탈피해 민간 기업이 스스로 판단해서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사업자 선정도 특정 지역을 선택하기보다는 검증된 비즈니스모델을 주로 봤다. 기업 참여 조건이 강화된 셈이다. 중앙정부 지원 비율이 과거보다 낮아 직접 투자금을 마련해야 할 뿐 아니라 자생할 수 있는 핵심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8개 예비사업자가 제출한 사업예산 규모는 총 8000억원에 이른다. 중앙정부 지원 비율은 37% 수준이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분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기업도 어렵사리 다시 시도한 만큼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종 사업자는 예비타당성 조사와 전력정책심의회 등을 거쳐 정부 예산을 확정한 후 내년 말께 선정된다. 몇 개 컨소시엄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될지 모르지만 수익을 창출함과 동시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없이는 목표 실현이 불가능하다.
결국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전격적인 전력재판매 허용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점지구 안에서만이라도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한국전력에서 전력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파는 전기자동차 충전서비스나 전력을 판매할 때 지능형 수요관리(DR)나 에너지관리서비스(EMS) 같은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 정부도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촉진하는데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만큼 강력한 추진을 기대해 본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