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제조기술은 그동안 신소재를 개발·적용한 기능성 향상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트렉스타(대표 권동칠)는 소재보다는 신발의 모양을 발에 최적화한 새로운 피팅 기술로 신발 시장의 추격자에서 선도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09년 국내 성인 남녀 2만여명의 발모양을 분석해 표준 족형을 도출하고, 이를 신발제조 디자인에 적용한 `네스트핏(NEST FIT)` 기술을 개발, 선보였다. 현재 네스트핏 기술은 세계 42개국에 수출되는 트렉스타 전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2010년에 참여한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은 트렉스타의 네스트핏 기술과 이를 적용한 신발이 세계로 확산되는 기폭제가 됐다.
네스트핏 기술을 적용한 신발을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지역 및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표준 족형을 만들어야 한다. 즉 해외 현지에서 성별, 연령별 대상자를 광범위하게 모집해 발 모양을 측정하고 이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트렉스타는 일본 신발유통업체 에버뉴의 제안을 받고,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해외수요처 연계 기술개발)에 참여해 `일본형 네스트핏`을 개발했다. 이어 에버뉴를 통해 최근까지 500만달러(약 55억원) 규모의 신발을 일본에 수출했다. 1억원의 사업 지원비로 무려 55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일본형 네스트핏 개발에 이은 대규모 수출로 자신감을 얻은 트렉스타는 유럽과 미주 지역 등 세계 각지로 신발 수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박성원 트렉스타 상무(연구소장)는 “서양과 동양인은 물론이고 각 국가마다 발 모양이 상당히 다르다. 네스트핏 기술을 적용한 신발을 수출하려면 해당 국가나 지역에 맞는 족형 개발이 우선인 데 구매조건부 사업이 이를 해결해줬다”고 말했다.
2011년 들어서는 유럽지역의 수출 물량이 크게 늘었다. 브랜드보다는 편한 착용감 등 신발의 기능성을 더 중요시하는 유럽지역 소비자에게 네스트핏 기술이 크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트렉스타는 지난해 약 1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에서 유럽과 일본, 미주 지역 등 해외 수출 비중이 40%에 달한다.
박성원 상무는 “지금도 해외 여러 나라에서 자국인에 맞는 네스트핏 적용 신발의 생산과 공급을 원하고 있다”며 “글로벌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이 같은 해외 수요 연계형 구매조건부 사업에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