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2기 출범...`덕장` 타이틀 버려라

신한금융그룹 수장 경쟁에서 한동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해 2기 체제를 알렸다. 한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할 신한의 난제는 만만치 않다. 실타래처럼 얽힌 신한사태 잔재를 봉합하고, 도덕불감증에 빠진 조직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회장의 평가는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린다. 신한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덕장`이라는 평가와 혁신과 쇄신을 주도적으로 이끌기에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현재 처한 신한 상황에서는 덕장 경영 방식은 맞지 않다.

제1난제가 `조직 탈바꿈`이기 때문이다. 핵심계열사인 신한은행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의 도덕적 해이는 얼마나 신한금융이 1위라는 자만심에 빠져있는지를 대변한다.

신한은행은 사망한 고객에게 무더기로 대출을 연장해주는가 하면, 단체보험을 들어준 대가로 보험사에 직원 해외 연수비용을 청구하다 적발됐다. 신한금융투자는 고객이 맡긴 돈을 만기 상환하는 과정에서 다른 고객의 돈으로 돌려막기하다 들통났다.

한동우 회장의 온화한 경영이 오히려 리더십 부재, 불통 경영으로 평가절하된 사례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사망 고객 다수에게 대출금액 77억원을 기한연장하는가 하면 신한은행 한 부서는 단체보험 계약 가입을 빌미로 2억원에 가까운 해외연수비용을 보험사에 강요해 물의를 빚었다. 골프장 이용권의 예약 대행 업무를 빌미로 전현직 임원에 이용권을 제공하고, 7000여만원의 뒷돈도 챙겼다. 신한금융투자도 고객 돈을 개인 돈처럼 돌려막기 하는 등 부실 기관의 표본으로 떠올랐다. 총 2013회에 걸쳐 17조원이 넘는 돈을 돌려막기에 사용했다.

`신한 사태`에 맞먹는 도덕 불감증이 내년 한동우 회장이 뜯어고쳐야할 핵심 사안이라는 것이다. 썩은살을 과감히 도려낼 수 있는 혁신 경영을 제안한다.

금융 업계 1위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수익사업 다각화도 한동우 회장에게는 골칫거리다. KB, 하나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사는 올해 비대면 채널 강화와 스마트금융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신한금융은 업계 1위의 막강한 파워를 보유하고 있지만, 스마트금융 사업에서는 한발 더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과감한 투자와 혁신보다는 현상유지에만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생태계 적시 대응 능력이 떨어지면서 신한금융은 올해 1∼3분기 순이익이 1조5595억원에 머물렀다. 규모가 비슷한 KB, 우리, 하나 등 다른 금융지주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지난해 대비 20%이상 매출이 줄었다.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 신한금융은 한 회장의 연임에 따라 기존의 `따뜻한 금융` 기조를 유지하면서 현 정부의 국정 기조이기도 한 `창조적 금융`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내년 사업 계획도 이들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짜겠다는 게 신한금융의 설명이다. 신한금융의 내년 경영 슬로건은 `다른 생각, 새로운 시작`으로 정해졌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함께 슬림화에도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한동우 회장의 2기 출범은 `연임`이라는 명분 외에 국내 1위 금융사 `신한`의 방향성을 정하는 바로메터가 될 전망이다. 뒤에 숨는 경영보다는 신한 전면에 `혁신`과 `개혁`을 내놓은 적극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