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 출신 OB들, 소재부품 中企에 꽂혔다... 한국도 제조 전문 PEF 활성화 되나

삼성 제조업에서 잔뼈가 굵었던 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퇴임 후 투자 회사를 설립해 소재·부품 전문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최근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반도체·소프트웨어 등 IT를 전공한 전문가가 사모투자회사를 설립해 투자하고 실제 경영까지 관여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식 투자가 국내에서도 서서히 활성화될 조짐으로 보인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사장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사장

15일 업계에 따르면 김재욱 전 삼성LED 사장은 BNW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네오플럭스·KT캐피탈 등과 함께 사모투자전문회사 KMC홀딩스를 통해 최근 반도체 부품·소재업체 미코에 550억원을 투자했다.

앞서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이 운영하는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는 올해 7월 미국 칼라일그룹 컨소시엄에 참여해 산업용 테이프업체 테이팩스를 인수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지난 2006년 설립한 뒤 첨단 부품·소재업체를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BNW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미코는 반도체 세정 전문 업체 코미코가 상호를 변경, 회사 분할을 통해 세정 사업 부문을 떼어내고 부품·소재 사업만 남긴 회사다. 테이팩스는 포장용·첨단소재용 테이프 전문 업체로 양사 모두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소재사업을 영위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두 사례가 일반적인 사모펀드(PEF) 투자와 다른 점은 제조 전문가가 투자사를 결정하고 실제로 경영에 깊숙하게 관여한다는 점이다. 테이팩스는 인수 후 소재 전문가가 대표로 영입됐고 김 전 사장은 BNW인베스트먼트 설립 당시부터 투자·자문 활동 등을 통해 한국 소재·부품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를 밝혀 온 것으로 알려졌다. BNW는 지난 10월에도 소재 업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는 없던 제조업 전문, 기술 위주 투자 업체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한국도 미국처럼 금융 자본이 산업에 깊숙하게 관여하는 체제로 변화할 조짐이 보인다”며 “특히 자본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가진 삼성 고위 임원 출신들이 주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