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91>떠남은 만남이다

떠나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떠남은 새로운 만남이다. 우연한 낯선 마주침이 색다른 체험적 통찰력을 주며, 우연한 만남이 내 운명을 바꾸는 만남이 될 수 있다.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은 사막에 가서 레이스를 펼치는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여정의 기록이 아니라 사막에 직접 가서 몸으로 느낀 정신적 여정의 기록이다. 정신은 몸과 분리할 수 없지만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정신은 움직일 수 있다. 체험적 고통이 수반되는 가운데 가슴으로 느낀 깨달음은 강렬한 인상과 함께 몸에 고스란히 기록된다. 지금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의 대부분은 머리로 기억한 정신의 기록이 아니라 몸으로 느낀 체험의 기록이다. 책만 많이 읽은 사람과 직접 사막을 건너본 사람의 차이는 천지차이다.

체크 포인트에서 체크 포인트까지 10㎞ 안팎이고 하루에 가야 할 거리도 40㎞ 내외다. 평지나 등산할 거리와는 판이하다. 10㎞의 거리도 직접 걷거나 달려봐야 어느 정도 거리인지를 체감할 수 있다. 머리로 거리를 아는 것과 몸으로 거리를 체험하는 것은 다르다. `아프리카인`의 주인공 르 클레지오는 거리를 계산하지 않고 직접 걸어서 걸리는 시간으로 거리를 몸으로 느꼈다. 사막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 할지라도 내 몸을 움직여 이동하지 않고는 가야 할 거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영화 링컨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나침반은 내가 측량하며 배웠는데 서 있는 곳에서 정 북쪽을 가리키죠. 근데 늪지대 얘기는 없죠. 사막, 협곡 등 도중에 만나는 것 말이요. 목적지를 향하다 장애물을 모르고 거꾸러져 늪에 빠지는 정도밖에 못 이룬다면 정북을 아는 게 무슨 소용이요.”

인생은 내 두 발이 움직여 걸어봐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다. 가지 않은 길을 머리로 아무리 계산해 봐도 그 길은 나의 길이 되지 못한다. 오로지 내 두 발로 걸어간 길의 역사가 바로 나의 이력서(履歷書)에 기록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