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로 만든 `간` 나온다…장기이식과 신약 개발에 새로운 이정표

혈액형이나 생체 거부반응, 비용 부담 때문에 장기이식을 받지 못해 미국에서 매일 18명, 매년 6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장기이식이 필요한 사람은 많지만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첨단 기술이 희망의 빛을 비춘다. 3D프린터 덕분이다.

여러 세포로 구성된 간 조직의 단면
여러 세포로 구성된 간 조직의 단면

컴퓨터월드에 따르면 새해 샌디에이고에 있는 생체인쇄 회사 오가노보가 세계 최초로 3D프린터로 만든 `간`을 내놓는다. 미국 코넬대 연구진이 3D프린터 귀를 제작한 적은 있지만 기술적 한계로 장기를 만들지는 못했다. 3D프린팅이 재생의학에 한 획을 긋는 신호탄을 쏘는 셈이다.

다른 3D프린팅과 같이 장기 인쇄도 재료를 켜켜이 쌓는다. 간은 살아 있는 세포로 만든 인체 조직으로 구성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조직이 살아 있도록 지속적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제공하는 혈관계(vascular system)를 만드는 일이다.

오가노보는 혈관계 제작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전했다. 마이크 레너드 오가노보 부사장은 “500마이크로미터(㎛) 이상 두께의 혈관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간 조직이 기능을 잃지 않고 최소 40일간 살아 있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는 100만분의 1미터로 오가노보가 제작한 혈관은 일반 종이 5장 두께다.

세포를 제작하는 일도 쉽지 않다. 간 조직은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다양한 형태의 세포로 이뤄진다. 오가노보 연구진은 `섬유아세포(fibroblasts)`와 `내피세포(endothelial cells)`를 모아 문제를 해결했다.

오가노보가 내년에 선보일 간 조직 모델은 당장 일반 환자의 인체에 쓰기는 어렵다. 의료와 의약품 연구 실험실에서 우선 사용된다. 컴퓨터월드는 연구용으로 쓰이는 수준만으로도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약을 하나 개발하는 데 평균 12억달러(약 1조300억원)가 들고 12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레너드 부사장은 “식품의약국 검토를 비롯해 아직 해결과제가 산적해 적어도 3년은 지나야 3D프린팅 장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직 개발과 임상 실험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D프린터로 장기를 만들면 저렴한 가격으로 장기를 살 수 있고 신약 개발은 한층 탄력을 받는다. 지금까지는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의학 실험이 가능해져 암을 비롯한 난치병 치료에도 가속이 붙는다. 3D프린팅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 중 하나다.

생명공학 연구재단인 므두셀라재단은 지난 5일 `완벽한 기능을 갖춘 간을 제작하는 최초의 업체에 100만달러(약 11억원)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만 12만명이 장기기증을 애타게 기다린다. 장기를 기증받은 사람도 조직 거부반응으로 힘들어한다. 해당 환자의 줄기세포로 장기를 만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데이비드 고벨 므두셀라재단 설립자는 “한해 예산이 50억달러인 암 연구, 28억달러인 에이즈 연구에 비해 재생의학 연구 예산은 5억달러 미만”이라며 “재생의학은 의료의 미래지만 관심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