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나 혈관으로 돈 찾는 시대 열렸다

목소리나 혈관 모양으로 금융 업무를 보는 시대가 열렸다. 영국과 일본 금융권에서 카드나 통장 없이 손바닥 혈관 혹은 목소리로 신분을 증명하는 생체인식 시스템 도입이 늘어났다. 보안에 민감한 산업까지 침투한 생체인식 기술이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손바닥 정맥 인식은 도서관을 비롯한 일상 생활 설비에 광범위하게 확산될 전망이다.
손바닥 정맥 인식은 도서관을 비롯한 일상 생활 설비에 광범위하게 확산될 전망이다.

30일 뉴욕타임스는 손바닥 정맥부터 음성과 지문에 이르는 각종 생체인식 시스템이 금융·병원·전자 산업에서 기존 신분 인증 시스템과 비밀번호를 대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바클레이은행은 재산 투자·관리 서비스 고객 신분을 음성 인식으로 확인한다. 온라인·폰 뱅킹 이용시 비밀번호를 외우지 않아도 목소리 지문이라 불리는 `성문(voice print)`을 분석해 본인을 확인한다. 지난 3월 첫 서비스 개시 이후 인식률이 높고 편리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99.6% 정확도를 자랑한다. 콜센터 직원과 통화 도중 목소리를 파악해 내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일체의 현금·신용카드 없이도 손바닥 내 정맥 패턴으로 신분을 인증하는 자동화기기(ATM)가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카드를 넣거나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아도 정맥을 스캔하면 돈을 인출할 수 있다”고 묘사했다.

보안에 민감한 금융가의 잇따른 도입은 생체인식 시스템의 전 산업 확산에 도화선이 되고 있다. 지난 9월 애플 아이폰이 지문인식 센서를 아이폰5S 잠금해제에 쓴 이후 전자제품 업계 생체인식 도입도 날개를 달았다. 최근 출시된 후지츠 `셀시우스(Celsius) H730` 노트북도 지문인식 센서와 손바닥 정맥 스캐너 중 하나를 보안 해제 생체인식 시스템으로 쓸 수 있게 했다. 뉴욕타임스는 “음성·정맥·지문 인식 세 가지 사례로 봐도 국방·국가정보에서 노트북·스마트폰 뿐 아니라 은행·병원·도서관에 이르기까지 생체인식 범위는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도 개선되고 인체에도 무해하다는 평가다. 애닐 자인 미시건주립대 교수는 “손바닥 뿐 아니라 손가락·손등의 정맥까지 판별하는 생체인식 시스템이 출현하고 있다”며 “몸 속의 혈관까지 위조하기는 어렵다”고 보안 장점을 설명했다. 정맥이 인체에 무해한 적외선 빛에 노출되기 때문에 신체에도 안전하다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다. 자인 교수는 또 “특히 손바닥 스캔은 정맥 인식 시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정맥의 굵기를 포함해 교차 지점, 각도와 위치를 모두 판별해낸다”고 말했다. 손바닥 스캔이 지문 인식, 손가락 정맥 패턴 인식 기술과 결합되고 있다.

음성 인식 기술도 발전한다. 바클레이은행과 애플에 음성 분석 시스템을 공급한 뉘앙스커뮤니케이션즈에 따르면 성문은 음높이·액센트 등 한 음성에서 무려 약 100가지 특징을 분석해 낸다. 이 회사 브렛 베러낵 대변인은 “누군가 데이터베이스(DB)에 접근해도 아무것도 탈취할 수 없다”며 “우리는 고객의 음성 특징을 분석할 뿐 저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체인식 기술이 보안 측면에서 여전히 허점을 가졌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보안 전문가 브루스 슈나이어는 “누군가 비밀번호를 알아내 생체 정보를 바꿔버리면 원주인이 새 지문을 등록할 수 없으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