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제조업 로드를 가다]아세안-②베트남 엘리트가 말하는 한국 기업](https://img.etnews.com/photonews/1401/518647_20140108105829_479_0001.jpg)
베트남 직원이 생각하는 한국 기업의 모습은 뭘까. 현지 취재를 하면서 우리 기업의 현지화 성과가 자랑스러우면서도 온도차는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뒷따랐다. 한국 기업에서 10년 근무한 베트남 현지 직원으로부터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응웬 반 쭝 씨는 한국 전자부품 회사 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남 부러울 것 없는 엘리트다. 한국 유학 때 우리 기업에 채용된 이후 10년 이상 여러 한국 기업에서 일했다. 첫 만남부터 그의 한국어 실력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한국 기업의 현지화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베트남 젊은이들은 급여 수준이 낮은 데도 불구하고 일본·미국 기업보다 한국 기업에 일하는 것을 선호해요.”
끈끈한 한국인의 `정(情)`이 베트남 사람에게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따끔한 지적도 잇따랐다. 비난이라기보다는 진심에서 우러난 충고였다.
“베트남인 팀장이 있는 한국 회사도 많죠. 그러나 실질적으로 권한 위임이 된 경우가 드물어요. 의사 결정권을 한국인 관리자가 독점하려는 배타성이 아직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한국인 주재원 1명이 300명 가량의 베트남 작업자를 관리한다. 현지인 중간 관리자에게 권한을 위임하지 않고서는 관리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베트남 직원들의 진짜 불만이 뭔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지레 짐작으로 대응하는 성향도 문제로 꼽았다.
“예전에는 임금 문제가 노사 분규 원인의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식당 밥 등 복지 문제로 옮겨가고 있죠. 베트남 노동자의 욕구가 임금에서 다변화되는 것을 한국인 관리자들은 간과하는 듯 합니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적지 않다. 베트남 사람들은 약속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칫하면 관리자의 단순한 농담이 사측과 노동자간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한국 회사 법인장이 베트남 직원과의 술자리에서 월급 올려주겠다고 농담한 적 있어요. 한국 기업에서 오래 일한 저는 당연히 농담으로 생각했죠. 그러나 상당수 베트남 직원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인 거에요. 단순 해프닝이 큰 일로 번질 뻔 했죠.”
응웬 씨는 과거와 달리 최근 베트남에 파견나온 한국 주재원들은 베트남 문화와 베트남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말했다. 다만 베트남 사람들은 신체 접촉에 민감한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한국 주재원은 친밀감의 표시로 어깨를 툭툭 칠 수 있는데, 현지인은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인들과 일해온 게 제게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의 참 모습을 베트남 사람들이 잘 알게 된다면 양국 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겁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