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영국기업 다이슨은 3개월 전인 8월에 제기했던 삼성전자 진공청소기 특허 침해 소송을 자진 철회했다. 삼성전자가 다이슨 주장에 선행 기술자료를 제출하며 강력 대응하자 내린 결정이다. 우리 기업이 공세적으로 대응함에 따라 외국 기업이 서둘러 꼬리를 내렸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과 정부의 해외 보호무역주의 조치에 더욱 적극 대처가 효과를 발휘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지난해 특허괴물(Patent Troll)의 한국 주요 기업 대상 특허 침해 공세는 해외 다른 기업과 비교해 줄었다. 침해나 덤핑 제소에 소극적이면 공격 대상이 되는 반면에 공세적으로 대처하면 공격 대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날로 확대되는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추세에서 더욱 힘을 발휘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국이 내린 신규 수입규제 조치 가운데 한국 대상은 34건으로 2008년 17건과 비교해 두 배나 늘었다. 특히 2011년까지는 10여건이었으나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2012년 이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 수출품에 대해 적용 중인 해외 국가의 수입규제는 20개국, 총 107건에 이른다. 우리 제품이 수출 길을 열어놓고도 상대국가의 반덤핑 조치 등으로 인해 해외 사업에 차질을 빚는 것이다.
이미 많은 국가가 기술규제 등의 방식으로 자국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기 수출품에 대한 규제 조치까지 늘어나는 것은 우리 수출에 위협요인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수출 성장세 유지와 오는 2020년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여는 과정에서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정부가 우리 기업에 대한 교역 상대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부당한 요인이 있으면 수세가 아닌 공세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대응 조치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한다. 옛 지식경제부는 지난 2011년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첫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을 때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당시 정부는 상계 가능한 보조금 지급으로 판정되면 다양한 지원사업 분야로 제소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반덤핑·상계관세 부과를 막지는 못했다.
이를 감안해 즉흥적인 대응이 아닌 지속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탁기 분쟁의 최종 중재·시정조치가 내려지기까지는 길게는 2~3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지속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분쟁 기간 중 수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한편으론 우리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해외 수입품으로 인해 겪는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되는 추세다. 무역위원회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후 상대국으로부터 수입 증가로 인해 피해를 봤거나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을 지원하는 무역조정지원제도를 운용 중이다. 피해 판정은 지난해 10월 현재 23건으로 전년 13건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표】한국 대상 연도별 신규 수입규제 피소건수 추이
※자료:한국무역협회
김준배·이호준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