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주민등록번호 수집 문제까지 번졌다. 수집 금지 요구가 그간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 사건을 계기로 더욱 들끓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 대체수단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28일 관계 부처 관계자가 모여 주민번호 과다 수집 관행을 근절할 대책을 논의했다. 금융권을 비롯한 실태 조사도 실시한다. 문제는 정부가 검토 중인 주민번호 수집 금지 예외가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수집을 강력히 금지하되 금융과 부동산 거래에는 예외를 두려 한다. 두 거래 모두 국민 재산권과 밀접하다. 또 실명제 거래다. 다른 일번 거래보다 본인 확인이 더 필요한 분야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 확인을 꼭 주민번호로만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두 거래에 예외를 두는 것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현실론을 든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오는 8월부터 주민번호 수집과 이용을 금지하는데 그 때까지 대체 확인 수단을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건강보험증, 신용카드와 휴대폰 인증과 같은 것은 당장 아닐지라도 운전면허증, 여권처럼 사진으로 본인을 확인할 정부 발행 개인 식별 수단이 엄연히 있다. 이를 활용하면 되는데 정부는 예외부터 고려한다.
주민번호는 평생 따라 붙는 개인 식별번호다. 외국의 사회보장번호(SSN)보다 더 강력하다. 정부가 개인에게 주민번호 공개를 요구할 때엔 크게 두 용도이어야 한다. 과세와 안보다. 금융과 부동산 거래가 과세와 관련 있지만 이미 실명제를 시행중이어서 별 문제가 없다.
금융과 부동산 거래 예외는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이번 정보유출 대란을 일으킨 게 금융사다. 결국 금융사보다 개인정보를 더 안전하게 다룬 일반 기업엔 엄격하게 금지하고 정작 장본인에게 예외를 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대체수단을 찾으라는 대통령 지시와도 거리가 멀다. 금융과 부동산 거래라고 예외는 있을 수 없다. 있다 해도 정부 전산시스템 조정 때까지 일시적이어야 한다. 금융당국에서 흘러나오는 예외 움직임은 이것보다 금융사 편의에 더 가까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