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사고 발생 시 영업정지 대상은 사고 사업장으로 제한된다. 또 내년부터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은 단계적으로 신규 화학물질 등록과 정보를 공개하고, 사용 화학물질 관리계획서와 사고조치계획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환경부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 하위법령안을 18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입법예고하는 두 법률은 환경부가 지난해 8월부터 산업계와 민간단체, 전문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끌어낸 공동 입안 문구를 포함하고 있다.
화평법은 기존 등록대상 화학물질을 3년마다 지정하되 사전예고를 원칙으로 했다. 등록유예기간을 3년으로 규정해 기업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개발용 물질은 등록면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안전관리, 사후처리계획서 등을 제출토록 했다. 연간 1톤 미만의 소량 신규 화학물질은 제출자료를 4개로 최소화하고 등록·통지기간을 3일에서 7일로 변경해 산업계 편의를 도모했다.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는 화학물질 안전정보 제공시 제외할 수 있으며 사용·판매·제조·수입량 등은 생략이 가능하도록 해 영업비밀 침해 우려를 해소했다.
화학물질 누출사고 시 처벌내용을 담고 있는 화관법은 안전·환경 노력에 따라 행정처분을 경감할 수 있도록 했다. 논란이었던 매출액 대비 최대 5% 과징금은 영업정지 일수와 일 부과기준을 곱해 산정하도록 했다. 일 부과기준은 영업정지 사업장 연간 매출액의 3600분의 1이다. 사업장을 하나만 가지고 있는 법인은 7200분의 1로 일 부과기준이 완화된다.
환경부는 이번에 마련된 화평법·화관법 하위법령안을 다음달 31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 후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공포할 예정이다.
지난 1년간 과잉규제 논란을 일으켰던 화평법·화관법이 산업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하위법령을 입법예고하며 일단락됐다.
이번 하위법령 마련을 위해 환경부와 산업계는 24회에 걸친 민관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주요 쟁점 사안에 치열한 논의를 거쳤다. 그 결과 산업계는 연구용 물질 등록면제, 신규 화학물질 등록 간소화, 과징금 기준 완화 등을 이끌어냈다.
앞으로 남은 숙제는 시행일인 내년 1월까지 주요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한 교육과 관리다.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 산업계의 요구가 대다수 수용되기는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부분에선 법령 문구가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 지, 기업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우선 부처 간 소관업무를 명확히 하고 각 부처 내 산하기관들의 업무분장을 빠르게 지정해 대상 기업이 제도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영업정지를 갈음하는 과징금도 산업계와의 추가 협의로 업종별 구체적 산정기준을 작성해야 한다.
영세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제도 교육과 시설지원도 서둘러야 한다. 새로 작성해야 하는 장외 영향평가서는 기업별로 최대 3년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아직 많은 중소기업이 바뀌는 제도에 대해 해당 여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말 설치예정인 산업계지원단이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산업계지원단은 주요 화학물질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취약 업체들을 대상으로 제도 컨설팅 및 현장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설비 유지보수 지원과 융자지원 대상 등도 선정될 예정이다. 산업계 지원단은 계속 운영돼 제도 적용 유예기간에 포함된 기업들은 지원한다.
환경부는 입법예고 이후 추가 작업으로 장외 영향평가 관련 실증사업 개념으로 현장평가를 진행해 관련 표준안을 만들고 하반기부터 산업계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영태 환경부 화학물질안전TF 팀장은 “아직 추가 협의가 필요한 일부 문구 구체화작업을 빠르게 마무리해 법령 최종안을 확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반기부터는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현장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