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류중희]<30>콘텐츠를 만드는 즐거움 `스토어하우스`

‘스토어하우스(Storehouse)’는 아이패드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는 서비스다. 사용자가 가진 사진과 동영상을 이용해 너무나 손쉽게, 훌륭한 콘텐츠를 만든다. 아이패드에서 간단한 손동작으로 콘텐츠를 배열하고 텍스트를 입력한다. 사진 크기를 조절하며 위치를 마음대로 옮기고 필요한 곳에 텍스트를 넣는다. 사진 배치와 텍스트 설명을 다 넣으면 하나의 콘텐츠가 완성된다. 완성된 콘텐츠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라 할 정도로 우수하다. 지난해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아직 단 한 번의 투자도 받지 않았다. 설립자 마크 카와노는 애플에서 수년간 사진 앱 디자인 작업을 이끈 인물이다.

스토어하우스로 만든 콘텐츠.
스토어하우스로 만든 콘텐츠.

-정진욱(콘텐츠대학부 기자)=디자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정말 우수하다. 사용법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류중희(인텔코리아 상무)=스토어하우스에서 만드는 콘텐츠는 ‘스토리’라고 부른다. ‘내 페이지’에서 플러스 버튼을 눌러 포스팅을 시작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플리커, 인스타그램, 드롭박스 등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불러온다. 마음에 드는 사진·동영상을 고르고 크기와 위치를 선택해 배열한다. 사진 밑에 텍스트 상자를 붙여 적절한 설명을 넣는다. 텍스트 상자 역시 간단한 터치로 위치와 크기를 조절한다.

아이패드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전 과정의 ‘손맛’이 좋다. 콘텐츠를 공유하고 싶으면 페이스북 등에 올리거나 메일로 링크를 전달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께 손녀 사진을 보내고 싶으면 메일에 링크를 담는다. 사용자가 스토어하우스 앱을 깔지 않아도 웹에서 모든 인터페이스가 그대로 재현된다.

-정진욱=스토어하우스를 추천하는 이유는.

▲류중희=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용자 경험이 쌓이면서 새로운 콘텐츠 소비 수요가 생긴다. 기존 SNS는 사진에 짧은 글을 더하는 정도다. 가벼운 콘텐츠를 가볍게 공유하는 용도다. 기존 서비스에서는 사진과 글의 배치로 맥락이 연결되는 콘텐츠를 만들기 힘들다. 스토어하우스는 사진과 텍스트를 엮어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를 갖는 새로운 콘텐츠가 모이는 집합소다.

접근법 또한 시사점이 있다. 기존 많은 서비스는 사용자 이용을 늘리기 위한 보상을 외부에서 찾았다. 서비스 사용 대가로 포인트나 쿠폰을 지급한다. 스토어하우스는 보상을 내부에서 찾았다.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을 즐겁게 만들어 과정 자체를 보상으로 느끼게 했다.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일이 아닌 즐거움으로 만들어 별도 보상에서 자유로운 서비스가 탄생했다.

-정진욱=스토어하우스 비즈니스모델(BM)은.

▲류중희=아직 없다. 지금은 사용자를 모으는 시기다. 사용자가 모이면 다양한 BM 적용이 가능하다. 상업적인 스토리 광고를 넣을 수 있다. 콘텐츠가 하나의 스토리로 엮여 광고 반발이 덜하다. 사용자가 콘텐츠 제작에 사용하는 폰트와 필터, 효과 등을 팔 수 있다. 개인이 만드는 콘텐츠에 구글 애드몹을 연동해 광고 수익을 사용자와 나눌 수도 있다.

-정진욱=스마트폰 시대 콘텐츠 핵심은 공유다. 공유는 기존에 SNS가 막강하다. 사용자 입장에서 스토어하우스를 쓸 이유가 있나.

▲류중희=스토어하우스는 SNS가 아니라 블로그다. 사진 한 장과 텍스트 한 줄인 페이스북에 비해 블로그는 콘텐츠를 만드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콘텐츠 성격도 다르다. SNS가 일상의 순간순간을 공유하는 데 적합하다면 스토리하우스는 특별한 날, 특별한 이벤트를 기념하는 데 어울린다. 예를 들어 딸의 생일에 찍은 사진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 특별한 공간에서 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전에는 앨범에 사진을 오려 붙이고 낙엽을 말려 넣고 공연 티켓을 간직했다. 요새는 이 모든 걸 스마트폰 카메라가 대신한다. 특별한 추억거리는 페이스북 단순 사진 나열로 부족하다. 특별한 감정과 기억을 저장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스토리하우스가 편한 사용으로 이런 욕구를 흡수한다.

글의 성격도 다르다. 블로그는 정보 중심이다. 스토어하우스 사용자는 의미 있는 정보를 공유하려는 사람이다. 현재도 아티스트가 많이 사용한다. 공예가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사진과 동영상, 글로 공유한다. 이들이 컴맹이라도 상관없다. 스토어하우스는 터치 몇 번으로 콘텐츠 생산이 끝난다.

-정진욱=뛰어난 사용자 경험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다른 곳에 적용할 수는 없을까.

▲류중희=위키피디아가 제격이다. 위키피디아는 좋은 서비스지만 참여가 쉽지 않다. 기존 정보도 모두 텍스트로만 제공된다. 스토어하우스를 더하면 이미지 중심의 엄청난 데이터가 쌓인다. 카페 서비스와도 궁합이 좋다. 모바일 시대로 넘어왔지만 여전히 카페는 PC기반이다.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볼 수는 있지만 만들기는 어렵다. 스마트폰 시대 콘텐츠의 중심은 사진이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카페에 손쉽게 올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면 카페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정진욱=스토어하우스에 더할 점이 있다면.

▲류중희=두 가지다. 댓글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좋은 콘텐츠를 보는 갤러리에 가깝다. 피드백을 줄 수 없어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SNS 연동 강화도 필요하다. 스토어하우스에서 만든 콘텐츠를 페이스북에 공유할 수는 있다. 반대로 페이스북에 글을 쓰다가 좀 더 깊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긴 사람을 끌어들이면 좋다. 페이스북에서 스토어하우스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좀 더 많은 유입이 일어난다.

-정진욱=스토어하우스 같은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국내는 태블릿PC 사용자가 많지 않다.

▲류중희=국내는 태블릿PC 사용자는 많지 않지만 패블릿 사용자가 상당하다. 스토어하우스 정도의 서비스를 패블릿 수준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면 시장은 충분하다.

-정진욱=스토어하우스 같은 서비스를 하려는 스타트업에 조언한다면.

▲류중희=이 정도의 인터페이스는 좋은 기획이 있어도 실제 구현이 어렵다. 기획자와 디자이너, 개발자 간의 완벽한 소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기획자와 디자이너, 개발자가 필요하다. 한 사람이 모든 걸 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 사실 미국에서는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정의하지 않는다. ‘나는 디자이너니까 개발은 안 해’ 이런 접근은 없다. 필요하면 과감하게 경계를 넘는 데 국내에선 자신의 역할을 한정하고 경계에 갇히는 모습이 아쉽다.

-정진욱=스토어하우스의 성장 가능성은.

▲류중희=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콘텐츠를 올리는 서비스가 아니어서 폭발적 성장은 어렵다.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려는 욕구는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 주류 SNS의 보조재로 성장한다. 지난해 야후가 인수한 ‘텀블러’정도는 될 수 있다고 본다. 창업자가 UX 장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재 인수 대상으로도 충분하다.

-정진욱=스토어하우스가 시사하는 것은.

▲류중희=콘텐츠 제작이란 귀찮은 과정을 즐거움으로 만들었다. 공들여 아이 사진 올리는 엄마들이 많이 쓰는 카카오스토리가 참고할 만하다. 카카오스토리로 콘텐츠 만들고 카카오톡에 뿌린다. 카카오가 인수하면 좋을 서비스다.

류중희 상무가 평가한 스토어하우스

스토어하우스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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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류중희]<30>콘텐츠를 만드는 즐거움 `스토어하우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