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오심 잡는 스포츠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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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에 오심 논란이 어느 해보다 뜨겁다. 중계방송 기술이 발전하면서 경기의 세밀한 부분까지 볼 수 있게 돼 오심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지난주 20일부터 22일까지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와의 3연전에서는 매 경기 오심이 나와 오심 시리즈라고 불리기도 했다. 오심에 격렬히 항의하던 한화 김응룡 감독이 개인적으로 15년 만에 퇴장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하루가 멀다 않고 발생하는 오심에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이고, 지켜보는 팬들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요한 순간에 발생한 오심은 경기 결과를 뒤바꾸기도 한다.

한때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며 인정하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오심에 이제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오심 심판에 대한 징계 등은 사후처리다. 근본적으로 과학의 힘을 빌려 오심 자체를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인간의 눈은 초당 10~12프레임을 포착한다. 이에 비해 방송용 카메라는 초당 30프레임, 초고속 카메라는 초당 300프레임을 포착한다. 스크린골프에 사용되는 카메라는 초당 2000프레임 촬영이 가능한 제품도 있다. 당연히 사람의 눈보다 훨씬 세밀하고 정확한 판독이 가능하다. 논란이 되는 세이프-아웃 판정시비를 없애기 위해 경기장에 여러대의 슬로 카메라를 설치하면 다각도에서 정밀하게 판독할 수 있다.

다만 비디오 판독으로 심판 판정을 뒤집을 경우 심판의 권위를 떨어트리고, 판독으로 인한 경기 지연 등이 벌어지면 스포츠의 흥미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비디오 판독을 대폭 확대한 것이 시사하는 바는 참고할 만하다.

미국 메이저리그가 비디오 판독을 거의 모든 판정으로 확대했다. 구단주들은 물론이고, 선수 노조와 심판 노조까지 비디오 판독 확대에 동의했다. 메이저리그는 홈런 외에 인정 2루타, 몸에 맞은 공, 태그, 외야수의 직접 캐치 여부, 팬의 플레이 방해 등 13개 분야에 비디오 판독을 적용한다. 구심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부분이 포함된 셈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비디오 판독 확대로 인해 떨어질 수 있는 스포츠의 매력보다 오심으로 인해 훼손되는 공정성과 실망하는 팬심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심판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오심을 바로잡는 노력이 더 의미있다고 판단했다.

메이저리그가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심판에게 맡겼지만, 투구 추적 시스템이 개발돼 있어 방송을 보는 시청자는 심판 판정의 오류를 볼 수 있다. 최근 선구안이 뛰어난 추신수 선수가 유독 심판의 볼 판정에 피해를 보는 것도 투구 추적 시스템 덕분에 더 명확히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홈런-파울을 판정할 때만 비디오 판독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오심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메이저리그처럼 국내 프로야구에도 비디오 판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야구계에서도 서둘러 비디오 판독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스포츠 과학을 통해 오심을 줄이려는 노력은 비단 야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공이 골라인을 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2013-2014 시즌부터 ‘호크아이’ 골 판독기 시스템을 도입했다. 호크아이는 테니스나 크리켓 등의 종목에서 판독기로 널리 사용된 제품이다. 테니스 경기의 경우 1초당 60프레임을 촬영하는 초고속카메라를 10대 설치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공의 궤적을 추적한다. 공이 코트에 닿을 때 발생하는 뒤틀림과 미끄러짐, 코트 표면까지 입체적으로 관찰해 판정의 정확성을 높였다.

내달 개막하는 지구인의 축제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골 판독 시스템이 적용된다. 독일 기업 골컨트롤이 개발한 ‘골컨트롤 4D’가 골라인 판독 시스템으로 선정됐다. 경기장에 초고속 카메라 14대를 설치해 공의 위치를 파악하고, 공이 골라인을 완전히 넘어가면 1초 안에 심판의 손목시계로 신호를 보내 득점 여부를 알려준다.

농구나 배구에도 비디오 판독이 도입됐다. 아직은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데, 판정이 엇갈리는 순간이나 감독의 공식적인 비디오 판독 요청이 있을 경우 실시한다.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권도는 스포츠 과학의 힘을 통해 새롭게 거듭났다. 태권도는 한때 판정시비와 경기방식 문제 등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전자호구를 도입하고, 비디오 판독을 확대하는 등의 스포츠 과학 접목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현재는 2020년 하계 올림픽까지 정식종목을 유지하기로 결정된 상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첨단기술의 각축장-스포츠’ 보고서에서 “선수와 팀의 기량이 상향평준화되면서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판정의 고도화를 위한 기술개발이 활발하다”면서 “과거에는 심판의 권위를 중시해 ‘판정도 경기의 일부분’이라는 시각이 강했으나 갈수록 오심논란이 빈발함에 따라 판정에도 기술을 활용해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한층 지지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