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살인진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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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서 등산이나 소풍 등 야외활동이 늘고 있다. 농사일도 한창 바빠질 때다. 최근에는 건강과 자연식에 관심이 늘면서 나물이나 약초를 채취하고자 산을 찾는 사람도 많다.

[과학 핫이슈]살인진드기

하지만 요즘 산행이나 야외 활동 시에는 ‘살인진드기’로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를 조심해야 한다. 날이 더워지면서 진드기 활동도 왕성해져 5~8월에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발생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작은소참진드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다. 일반적으로 집에 서식하는 집먼지진드기와 달리 주로 숲과 초원, 시가지 주변 등 야외에 서식한다. 국내에도 전국적으로 들판이나 산의 풀숲 등에 분포한다. 작은소참진드기 크기는 2~3㎜로 육안으로 볼 수 있으며 몸은 갈색빛을 띤다. 날개는 없다.

진드기에 의한 사망자는 지난 2009년 중국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후 중국에서 2012년에 SFTS가 진드기 매개 바이러스성 감염병으로 처음 규명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제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국내에서 1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올해도 지난 5월 충남 거주 63세 여성이 감염된 것이 확인됐고 강원지역에서는 사망자도 나왔다.

SFTS는 진드기에 물린 사람 중 극히 일부에게서 발생하지만 치사율이 높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발생 현황과 역학적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지난 3월까지 국내에서 35명이 SFTS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중 16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무려 45.7%나 된다. 이처럼 치사율이 높은 것은 바이러스를 치료할 약이나 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환자의 면역력도 중요하다. 실제로 감염환자나 사망자 중에는 고령자가 많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에서 국내 발병환자의 중앙값은 58세로 조사됐다.

진드기에 물린다고 해서 반드시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 서식하는 많은 진드기 중 작은소참진드기에서만 SFTS 매개가 확인됐다. 또 작은소참진드기 중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한 경우는 100마리 중 1마리 정도로, 비율로는 0.5%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은소참진드기가 전국에 분포하고 낮은 확률이라도 물리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예방에 신경써야 한다.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한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리면 6~14일의 잠복기를 거쳐 감염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38도 이상의 고열과 구토, 설사와 같은 소화기증상이 발생한다. 또 림프절종창, 전신통증, 신경계증상(의식장애, 경련, 혼수), 다발성장기부전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SFTS는 주요 매개체인 진드기에 물리지 않으면 걸리지 않는 질환”이라며 “진드기와 접촉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즉 물리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의미다. 진드기에 물리는 확률을 줄이려면 야외활동 시 몇 가지 수칙을 지키면 된다.

우선 야외활동 시 긴팔이나 긴바지, 양말 등 피부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긴 옷을 착용해야 한다. 또 등산이나 트래킹 등을 할 때는 해충기피제를 준비해서 피부나 옷에 뿌려두면 진드기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야외활동 시에는 풀밭 위에 옷을 벗어 놓고 눕거나 잠을 자는 것은 진드기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풀밭 위에 앉을 때는 돗자리를 펴서 사용하고, 사용한 돗자리는 세척해서 햇볕에 말려야 한다. 논밭 작업 중 풀숲에 앉아서 용변을 보는 것도 피부가 노출되는 만큼 금지해야 한다. 농사 작업 시에도 기피제를 뿌린 작업복과 토시를 착용하고 소매와 바지 끝을 단단히 여미고 장화를 신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작업이나 야외활동 후에는 머리카락, 귀 주변, 팔 아래, 허리, 무릎 뒤, 다리 사이 등에 진드기가 붙어 있지 않은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 즉시 샤워나 목욕을 해서 혹시나 몸에 붙었을지 모를 진드기를 제거해야 한다. 작업복이나 속옷, 양말 등도 바로 세탁하는 것이 좋다.

야외활동 후 진드기가 몸에 붙어있는 것을 확인했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제거해야 한다. 진드기가 우리 몸에 붙어 흡혈을 시작하면 수일에서 최장 10일까지 흡혈을 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손으로 잡아당겨 진드기를 제거하면 진드기 일부가 피부에 남을 수도 있다. 진드기가 부서지지 않게 핀셋 등으로 정교하게 제거하거나 병원에 방문해 안전하게 제거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야외활동 후 원인 모를 열이 나고 근육통이나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