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막을 내린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IFA)는 각종 신기술과 제품이 선보인 장이었다. 동시에 각자가 보유한 특허, 상표권, 디자인 등을 무기로 경쟁사를 견제하는 치열한 특허분쟁의 각축장이었다는 평가다.

행사에 참가한 한 음향기기업체는 제품 안내책자의 문구 한 줄로 인해 특허분쟁에 휘말릴뻔 했다. 제품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SW)가 일부 해외기업의 핵심 특허와 분쟁 소지가 있었던 것이다. 내장 SW라 겉보기에는 들어나지 않지만 핵심특허와 표준특허를 보유한 해외기업의 지재권 담당자들은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경쟁사의 안내 책자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행사 참가 전 사전에 받은 특허컨설팅에서 해당 문제를 발견해 미리 대비할 수 있었다. 문구를 정확하게 수정해 분쟁 소지를 차단했다.
국내기업이 보유한 원천특허를 바탕으로 경쟁사의 모조품 단속에 나선 사례도 있다. 우리 기업들의 지식재산 인식 향상과 기술력 발전이 이뤄낸 결과라는 평가다.
무선 레이저 기술 관련 원천특허를 가진 한 업체는 전시장에서 타 업체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응하는 방법을 묻기 위해 현지 특허지원 부스를 찾았다. 미국에서 이미 온라인사이트를 중심으로 이 업체 제품의 모조품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황은정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특허지원센터 그룹장은 “우리 기업들의 지식재산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특허 침해 경고장에 대한 대비뿐 아니라 경쟁사의 특허 침해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주로 중국관을 중심으로 중국업체들의 우리 특허 침해 여부를 살펴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KEA 특허지원센터는 IFA 행사 전 참가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전 컨설팅을 펼치고 현지 전시장에 특허지원 부스를 마련하고 현장 컨설팅을 실시했다.
지원 부스에는 특허지원센터와 파트너십을 맺은 현지 변리사들이 자리해 행사 참가업체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전시장을 돌며 참가업체 및 해외 경쟁사의 부스를 점검했다.
황 그룹장은 “중견·중소기업 사이에도 지식재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충분한 사전 대비로 큰 분쟁 없이 행사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