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휴대폰 보조금 분리공시 고시안을 ‘업계 자율 시행’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통법이 시행 직전까지 고시 확정이 안 되는 등 지지부진하자 정부가 마련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정부, 국회, 통신업계 등 일각에서는 여전히 단통법 시행의 효용성 논란을 제기했다.
23일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24일 규개위에 분리공시는 원안 그대로 상정하고 규개위 의견을 청취한 후 최종안을 정할 것”이라며 “규개위 의견을 (아예 무시하고) 받지 않기는 (행정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분리공리를 규정한 고시안이 규개위 의견 수렴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단통법 관련 규개위는 이미 두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부 휴대폰 제조사가 분리공시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산업부와 일부 제조사는 여전히 분리공시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일부에서 분리공시를 끝까지 반대한다면 규개위에서 개선권고를 낼 가능성이 크다”며 “방통위나 미래부로서는 이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 분위기를 전했다.
규개위에서 분리공시 개선권고가 내려지게 되면 방통위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고시에 ‘업계 자율’을 추가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꼽혔다.
현재 단통법 분리공시 고시안은 ‘이동통신사업자는 지원금을 공시할 때에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제조업자와 협의해 이동통신 사업자가 직접 부담하는 금액과 이동통신 단말장치 제조업자가 이동통신 사업자에 지급한 장려금 중 위 지원금에 포함된 금액을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공시한다’고 규정했다. 이대로 시행되면 분리공시는 강제성을 띠게 돼 이용자가 충분히 제조사와 이통사 장려금을 구분해 알 수 있다.
현재 조항에 ‘업계 자율’을 단서로 달면 해석에 따라 제조사와 이통사가 동의해 분리공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로 활용될 소지가 농후하다.
이통사 한 고위 관계자는 “업계 자율이 고시에 추가되는 순간 분리공시 정책은 유명무실해진다”며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업계자율이라는 항목이 추가되는) 그런 경우를 예상해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최원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미방위)은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은 부당한 이용자 차별, 고가 요금제 연계를 통한 통신 과소비 조장, 빈번한 단말기 교체에 따른 자원 낭비 심화, 단말기 구입부담 증가 등 문제점이 누적 왔다”며 “문제해결을 위해 단통법이 제정된 만큼 고시안이 용두사미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
김시소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