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ISO 26262 역량 `낙제` 수준…현대·기아차 `발등의 불`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보쉬 등 해외 협력사는 상위 등급

현대·기아차가 주요 전장 부품 협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동차 기능안전 국제표준(ISO 26262) 역량 평가에서 국내 업체 대부분이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내년 말까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현대·기아차에 납품을 하지 못하는 수순이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차세대 전장 부품 국산화 및 기능안전 확보가 절실한 현대·기아차의 고민도 깊어졌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주요 1차 전장 부품 협력사 대상으로 실시한 ‘기능안전 역량 평가’ 결과를 최근 협력사 사장 및 연구소장단에 통보했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보쉬, 콘티넨탈 등 해외 협력사는 상위 등급을 받은 반면, 국내 업체 대부분은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현대모비스, 만도 등 일부 대형 부품사는 최하위 평가를 면했지만 현대·기아차가 제시한 ‘수주 적합’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기아차는 연구개발본부 제어개발전략팀을 중심으로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국내외 협력사를 대상으로 기능안전 역량 평가를 실시했다. 이를 위해 ISO 26262를 기반으로 △조직 역량 △연구개발(R&D) 프로세스 △개발 도구 분야에 걸쳐 수십 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평가표를 직접 마련했다.

결과 발표 당일에는 세부 점수를 공개하지 않고 등급별로 나눠 통보했지만, 국내 업체 대부분이 30~40점(100점 만점 기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가 제시한 수주 적합 기준 점수는 75점이다.

현대·기아차는 2016년부터 개발되는 신차에 탑재되는 부품에 ISO 26262를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날 참석한 협력사에도 내년 말까지 같은 평가에서 75점 이상을 받도록 요구했다. 등급 별로 내년 상반기까지 달성할 목표 점수도 정해줬다.


현대·기아차는 이날 부품 협력사에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납품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력사는 1년 안에 최하위 등급에서 상위 등급으로 올라서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신규 투자 여력이 부족하고 ISO 26262 전문 인력 확보도 어려운 중견·중소 부품업체들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다. 이에 따라 완성차와 부품은 물론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실무 수준에서 ISO 26262 대응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전사 차원의 대응은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현대·기아차 평가에서도 대부분의 업체 대응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ISO 26262는 자동차 부품 개발 과정에서 기능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R&D 절차를 규정한 국제 표준이다. 법제화되지는 않았지만 해외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준수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다. ISO 26262를 준수하지 않고 생산한 자동차가 전장 부품 이상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조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중요성이 커졌다. 현대·기아차도 최근 1~2년새 중요성을 인식하고 역량 강화에 나섰지만, 선진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 및 부품 업체들의 역량 부족으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