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양의 지혜로 사회갈등 비용 줄이자

[리더스포럼]양의 지혜로 사회갈등 비용 줄이자

2014년을 되돌아보면 사건·사고도 많았고 갈등으로 온통 1년을 보낸 것 같다. 사회·정치적으로 우리나라가 겪은 갈등은 모두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고 다양하다. 일반적인 것을 제외하고 ICT분야만을 보더라도 ICT융합을 통해 창조경제를 앞장서서 견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통법 논란으로 1년을 보냈다. 700㎒ 주파수 활용 방안에 대해선 선진국을 포함한 해외 어느 나라에서도 문제가 없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엉뚱한 방향으로 가겠다고 우리끼리 논쟁을 거듭하고 있다.

선진 외국에서는 오래전에 도입돼 이용되고 있는 ICT 융합의 대표적 분야인 원격진료를 놓고도 10년 넘게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원격진료가 실현되면 의료인들은 심지어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소위 핀테크로 불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금융이 미국과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고전적 금융시스템에 막혀 한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그나마 경쟁력을 갖고 잘 해오던 온라인게임 소프트웨어도 세상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규제 법률 때문에 사지로 밀려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확장함으로써 파이를 키우기 보다는 기존에 주어진 파이를 놓고 누가 더 차지할 것인가 이전투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 갈등지수가 OECD 27개국 가운데 두번째로 높다고 한다. 2010년 기준으로 사회적 갈등에 의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손실은 최소 82조원에서 최대 24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갈등이 심한 대부분의 국가는 종교적인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우리나라는 모든 종교를 허용하고 있고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 때문에 종교가 큰 사회적 갈등요인이 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갈등 수위가 이렇게 높게 나타나는 것은 매우 특이한 경우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온 국민이 합심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 선진국 대열에 끼일 만큼 급성장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성과로 창출한 결실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심한 다툼에 빠져 앞으로 전진할 시간을 까먹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은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미덕을 지녔는데 지금은 이같은 미덕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자기 목소리만을 크게 내고 자기주장만 고집하는 것으로 변했다. 막무가내식으로 타협할 생각은 아예 않는다. 사회적 갈등 문제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선 각기 다른 입장에서 표출되는 의견을 효율적으로 모으는 체제가 확립돼야 한다. 민주주의가 확립된 선진국의 경우 회의 시작 초기에는 판이하게 다른 의견이 표출되지만 종료 시점에는 하나의 통일된 내용으로 집약되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이다.

한 방송사의 우리나라 미래 진단에서 국가적 갈등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남을 포용하는 ‘관용 정신’을 갖는 것으로 나왔다. 여기에 하나 덧붙인다면 최근에 일어난 슈퍼갑 사건으로 미뤄 볼 때 우리사회 각 분야 지도층의 노블레스오블리주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요란했던 청마의 해를 보내고 화합을 의미하는 양의 새해를 맞은 만큼 우리 사회가 모든 갈등을 원만히 해소하고 한 단계 도약하는 한해가 되길 기대한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 yim@kic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