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한반도 소나무를 습격한 소나무재선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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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소나무재선충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에서 건너 온 소나무재선충병이 부산을 시작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전국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며 확산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반도에 소나무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우려까지 나온다. 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단속과 점검, 방제·방역 등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모두가 사태 심각성을 인지하고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방지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감염되면 끝, ‘고사율 100%’

소나무재선충병(이하 재선충병)은 소나무재선충이라는 선충에 의해 소나무가 고사하는 병이다. 크기 1㎜ 내외의 실 같은 선충이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 등의 매개충 몸 안에 서식하다가 이들이 새순을 갉아 먹을 때 상처부위를 통해 나무에 침입한다. 침입한 재선충은 빠르게 증식해 수분과 양분의 이동통로를 막아 나무를 죽게 한다. 아직 치료약이 없어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

지난해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에볼라 바이러스 치사율이 50%를 조금 상회하는 것과 비교하면 고사율 100%의 소나무재선충병이 소나무에게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짐작케 해준다.

고사율도 높지만 병의 전파와 확산 속도도 엄청나다. 매개충은 한 나무가 죽으면 새 나무를 먹기 위해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주변의 나무들이 빠른 속도로 감염되고 곧 고사한다. 솔수염하늘소의 이동거리는 100m 정도이지만 먹을 것이 없거나 태풍의 영향 등을 받으면 3~4㎞까지 이동한다.

소나무는 재선충 침입 6일째부터 잎이 처지고, 20일째에 잎이 시들기 시작한다. 약 30일이 지나면 잎이 급속하게 붉은색으로 변색하며 고사한다.

재선충병에 감염되는 나무 종류로는 소나무, 해송, 잣나무 등이 있다.

◇부산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

우리나라에 소나무재선충병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에는 재선충병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일본산 원숭이를 도입하기 위해 목재를 수송했고 이때 재선충병이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역시 미국에서 재선충병이 들어왔다. 일본은 1905년 나가사키항을 통해 처음 재선충병이 유입됐다. 일본에서는 재선충병이 생기기 이전에 소나무 면적이 전체 산림 면적의 7%인 176만㏊였지만 현재는 절반 이하인 3%, 75만㏊로 감소했다.

우리나라도 상황이 심각하다. 1988년 이후 피해면적이 빠르게 증가했다. 국내 재선충병 피해면적은 2000년 1677ha에서 2005년 7811ha, 2006년 7871ha로 피해가 확산됐다. 정부가 2005년에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을 제정하고 선제적 방제작업 등을 펼치면서 피해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7년 피해면적은 6855ha, 2009년 5633ha, 2010년 3547ha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일부 재선충병 발생지역이 청적지역으로 환원되는 성과도 거뒀다. 2008년 강릉, 동해, 영암 등을 시작으로, 매년 청정지역이 생겨났다.

국내에서는 재선충병이 들어온 이후 26년간 860만 그루가 피해를 입었다. 피해를 입은 지방자치단체가 전국에 74개나 된다.

문제는 주춤하던 재선충병이 다시 급속히 번진다는데 있다. 영천 등 청정지역으로 환원됐던 곳이 다시 발병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재선충병 방제, 모두가 관심 가져야

정부는 재선충병을 예방하기 위해 건강한 나무를 대상으로 나무주사를 실시하고 있다. 분무기와 방제차량 등을 이용한 지상방제와 함께 헬리콥터 등을 이용해 약을 살포하는 항공방제 작업도 한다. 이미 고사한 나무는 훈증, 파쇄, 소각 등의 방법으로 처리해 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있다.

정부가 시행하는 다양한 재선충병 방제조치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 병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나무류의 인위적인 이동을 막는 것 역시 중요하다. 국내에서 재선충병이 확산되는데 절반 정도는 인위적인 요인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재선충병 발생지역의 소나무를 불법 벌목해 목재를 사용하거나 훈증 처리해 쌓아놓은 나무를 땔감용으로 가져가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발생한 15곳의 재선충병 피해지역 중 절반이 넘는 8건이 인위적 요인에 의한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엄격한 통제와 유통질서 확립이 절실하다.

인위적인 요인을 통제하지 못하고 매개충인 북방수염하늘소(3월 말)나 솔수염하늘소(4월 말)가 활동하기 시작하면 재선충병 확산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내달 1일부터 20일까지 ‘전국 소나무류 이동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3000여명의 합동 단속반이 이달 말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단속에 나선다.

산림청은 △소나무류 취급업체 4000여개 △전국 재선충병 방제사업장 709개 △화목을 사용하는 농가 3만6000여곳 △산지 전용지, 소나무류 벌채 사업지 등 확산 우려지역 △소나무류 이동차량 등 5대 점검사항을 정했다.

산림청은 위법사항 적발 시 벌금,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실시할 계획이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에 따르면 소나무류 반출금지구역에서 소나무를 이동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반출금지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검인 및 생산 확인표 없이 소나무류를 이동하면 2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찜질방 등 소나무류 취급업체가 단속을 거부하거나 소나무류의 생산·유통에 대한 자료를 비치하지 않아도 1차 위반부터 50만원 과태료를 부과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