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SW창업정신과 국가미래 설계

[리더스포럼]SW창업정신과 국가미래 설계

소프트웨어는 매우 독특한 기술이다. 기업 이익 원천은 제품·서비스의 독창성과 차별성인데, 이를 가장 경제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소프트웨어기 때문이다. 적어도 향후 한 세기 동안은 소프트웨어만이 제품·서비스의 복잡한 논리적 기능을 구현하고, 이를 토대로 고품질을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다시 말해서 향후 100년간 소프트웨어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과 고급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며, 국가 미래설계의 요체다.

CEO들이, 분명히 제조업 또는 서비스업을 하고 있음에도, 자기 회사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고 있다고 선언한 기업이 많다. 예를 들어, 지멘스, 보쉬, 탈레스, 보잉, 씨티은행, IBM, 애플, 미 국방부 등이 있다. 이는 자신의 조직원들이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자사 제품·서비스의 독창성·차별성을 소프트웨어로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기존기술의 개량과 융합을 토대로, 또 새로운 진입기술(예:사물통신, 빅데이터, 클라우드, 상황인지SW, 차세대웹, 인더스트리 4.0, 등)을 기반으로, 무궁무진한 창업 기회를 제공해준다. 미국은 2014년 기준으로 연간 1000% 이상 성장(참고:매년 25% 성장 시 10년간 10배 성장)하고 있는 SW·IT 벤처기업이 100개를 상회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현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강조한 핵심 정책이다. 미래부를 중심으로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유사 예산까지 포함하면 넓은 의미의 창조경제 예산은 올해에만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출범을 금년 6월 말까지 마무리하고, 지역특성에 맞는 핵심사업의 검토, 파일럿 프로젝트 실시와 실증 등 조기 성과모델 창출을 공언하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의 여러 부처가 의견 일치를 이루어 채택한 정책이니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 또 관련 정책입안자들은 이 정책이, 이벤트성으로 끝나지 말고,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

그러나 현 정부 계획에는 “역동적 혁신경제로 경제 대도약 반드시 이루겠습니다”와 같은 구두선(口頭禪)의 목표는 있어도, “연간 1000% 성장하는 기업을 향후 3년 동안 50개를 만들어서 고급 일자리 10만개를 만들겠습니다”와 같은 국민 실감형 목표는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정부와 대기업이 중심이 되어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모델로 과연 창조를 이룰 수 있을지는 매우 우려된다. 그러므로 박근혜정부가 출범 이후 여러 정책시행 과정에서 혼선과 비효율을 보여 왔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비책을 고려해야 하겠다.

첫째, 우리나라는 창업정신이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국가임을 재인식하고, 우리 모두 그 자긍심을 되새기자. 한정된 분야에서 창업에 성공한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윈보다 우리나라에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구국 수준의 창업을 성공시킨 정주영, 구인회, 이병철, 최종현 등이 있다. 우리 선배들이 이룩한 불굴의 창업정신을 밝게 조명하고 계승하는 노력에 모두 함께 집중하는 정책을 펴나가자.

둘째, 정주영 회장은 기업인에게 “국가와 사회에 보다 높은 가치와 풍요로움으로 기여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주문한 바 있으며, 2014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위대한 기업은 돈을 잘 버는 기업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많이 해결하는 기업”이라는 소박한 자세를 갖고 있다. 이들과 같은 자세에 크게 어긋나 있고, 주로 정부 지원금에 관심이 있는, 사이비 창업자들은 가차 없이 가려내 더 이상 국민 세금을 축내지 못하도록 하자.

셋째, DJ 정부 이래 수많은 보육센터, 액셀러레이터, 혁신센터에서 역량 있는 창업기업을 몇 개나 키워왔는지 면밀하게 되돌아보자. 이를 바탕으로 물리적 창업지원 정책보다는 창업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과감하게 실천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을 초등교육부터 확산해나가고, 잠재력 있는 기업가를 선별해서 양성하자.

이단형 한국SW기술진흥협회장 danlee@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