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창조경제 R&D·사업화 현장을 찾아서 <3>뉴라텍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ETRI 2012년 이후 연도별 창업 현황

지난해 ETRI에서 전대미문의 창업이 이루어졌다. 두 개 연구팀 팀원 25명이 창업을 선언한 것이다.

퀄컴 이후 ‘대박’에 목말랐던 김흥남 ETRI 원장도 흥분했다. ETRI가 세계적 기업을 배출할 호기라고 판단했다.

ETRI 출신 뉴라텍 멤버들이 모처럼 자리를 함께 했다.
ETRI 출신 뉴라텍 멤버들이 모처럼 자리를 함께 했다.

김 원장은 연구원만으로는 사업이 어렵다며, 선뜻 특허 변리사 두 명과 법학박사(마케팅) 한 명을 붙여 28명이 창업하도록 지원했다. 나중엔 미국 변호사 한 명도 가세했다.

글로벌 강소기업을 지향하는 뉴라텍(대표 이석규) 탄생 뒷얘기다. 뉴라텍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대표적인 창조경제 성공사례다.

뉴라텍 사업 분야는 무선랜(Wi-Fi) 칩이다. 이 칩은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사물인터넷(IoT)과 사물지능통신(M2M)이 뜨면서 정보가전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익모델도 특화했다. 무선랜 칩 설계회사지만 칩을 양산·판매하기보다는 고객 맞춤형 칩 설계기술을 팹리스 반도체 업체와 모바일기기 제조업체 등에 판매하는 형태로 수익을 창출하기로 했다.

“직원이 68명으로 늘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 어바인에 사무소도 냈습니다. 우리 경쟁은 국내가 아닙니다. 미국과 세계시장입니다.”

뉴라텍은 기술과 인력, 자본 3박자를 두루 갖춘 강소기업 전형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라텍 경쟁력은 지난 2007년 이석규 대표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6Gbps 4세대 무선전송시스템(NoLA)이 기반이 됐다. 이 기술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최소요구 규격 1Gbps보다 3.6배나 빠른 기술이다. 당시 NTT도코모와 지멘스, MIT, 삼성전자 등도 이 칩을 만들지 못했다.

지난 2011년에는 IEEE802.11n 칩도 개발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와이파이 인증까지 받아 브로드컴, 퀄컴 등 글로벌 선두기업 뒤를 추격하고 있다.

“15년간 ETRI서 일했습니다. 창업멤버 평균 근속 기간은 9년 정도입니다. 민간과제 수주를 통해 상용화 수준으로 칩을 개발해본 경험이 창업 밑거름이 됐습니다. 오로지 무선랜 기술 하나만으로 일궈낸 성과입니다.” 이 대표 얘기다.

예비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준비도 차근차근 해나갔다. 미래창조과학부와 ETRI 기술사업화본부에서 창업아이템을 검증하고 예비창업을 지원했다. 창업후 자금 및 인력지원, 시장 안착 방안, 애로 모니터링까지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ETRI 인지도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처음 시작할 땐 몰랐습니다. 세계시장에서도 ETRI 이름이 통했습니다. ETRI에서 장비도 무상으로 빌려 썼습니다. 정부과제는 설립초기 기업이 안착하는 마중물 역할을 했습니다.”

뉴라텍은 1차 투자자도 잘 만났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대표 이철)가 선뜻 150억원을 투자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국내 유망 벤처기업 투자와 중견기업 성장투자를 하고 있다. 선진금융기법을 이용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전략적 투자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기업가치 평가, M&A, IPO 진행 및 지원 등에 나서고 있는 투자전문 회사다.

이철 대표는 “수익에 투자하지 않고 가치에 투자한다”는 철학을 강조하며 “사업 성공 가능성이 높은 창의적 기술 자산에 투자해 위축되어 있는 국내 벤처 생태계를 살리는 한편 뉴라텍 같은 강소형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라텍은 내년 말까지 최신기술 규격인 IEEE 802.11ac 기반 모바일용 와이파이 칩셋을 세계최고 수준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급속 성장 중인 IoT와 M2M 시장을 겨냥한 IEEE 802.11ah기반 센서 칩셋을 세계 최초로 개발할 계획이다. IEEE802.11ax에 대한 표준화 활동을 통해 기술 주도권도 확보할 계획이다.

◇ ETRI 연구원 창업 줄이어

뉴라텍 정도 팀 단위로 나가 창업한 케이스는 아니어도 ETRI 창업도 줄을 잇고 있다. 올해 ETRI 연구원 창업 예정 기업은 써랜라잇(대표 엄보윤), 파인컴퍼니(대표 채희성), 센시아(대표 박지만), 옵텔라(대표 이상수), 에이치스토리(대표 박찬용) 등이 있다.

대표적인 ETRI 창업 성공 사례로는 광통신 부품전문기업 빛과전자(대표 김홍만)가 있다. 지난 2004년 코스닥에 상장됐다. 자회사로는 세영기술, 래특영 광전기술유한공사, 해아림 등을 두고 있다.

텔트론(대표 이재진)은 RF 반도체와 센서, 세균측정기 등을 만드는 업체다. 이 대표가 ETRI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00년 창업했다.

이외에 위세아이텍, AP시스템, 블루웨이브텔, 위월드, 넷앤티비, 유비테크, 테스트마이다스, 가치소프트, 호전에이블, 레이다솔루션, 욱성미디어, 알티스트, 라인웍스 등이 모두 ETRI 동문 기업이다.

[기획]창조경제 R&D·사업화 현장을 찾아서 <3>뉴라텍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