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기 분야 기술 혁신에 몰두해 성장을 거듭하는 기업이 있다. 남들이 쉽게 나서지 않는 고부가가치 틈새시장에 도전하며 미래 먹거리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알짜 중소기업으로 불린다. 최근엔 전통 중전기기, 에너지 신산업 융·복합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003년 설립된 이엔테크놀로지(대표 이태식)는 전력·전자제어 기술 기반으로 다양한 중전기기 분야에서 국산화를 실현했다. 지난 2009년엔 LCD·반도체 분야 플라즈마 코팅용 전원공급장치를, 2013년에는 군함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없애주는 디가우싱(degaussing) 장비, 철도용 고압차단기(GIS)를 만들어냈다. 이 분야 만큼은 지금도 우리나라엔 경쟁업체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 기술을 자랑한다.
LCD·반도체 분야 플라즈마 코팅용 전원공급장치는 LCD 등 패널 표면에 플라즈마를 이용해 금속박막을 입히는 핵심 공정 장비다. 안정적 전류 공급이 핵심인 장비로 불규칙한 전류를 흘려보내면 곧바로 플라즈마에 아크(방전)로 인한 불량품이 발생한다. 모니터에 흰 점 등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당시 미국 어드밴스드에너지(AE)와 독일 휘팅거가 양분하고 있던 글로벌 시장에 이엔테크놀로지가 가세했다. 이 시장은 LCD·반도체에서 스마트폰·태양광·자동차 부품까지 확대되고 있지만, 이들 3사 독주체제는 바뀌지 않고 있다. 수년째 삼성·LG뿐 아니라 일본 도시바·샤프·알박 등 자동차 부품업체와 태양광 기업으로 공급처를 확대하고 있다.
군함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없애주는 디가우싱 장비를 국산화해 또 다시 주목 받았다. 이 역시 미국 다이나파워 등 외산업체 의존도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자기처리장치는 철제로 만들어진 대형 군함, 잠수함에 전기 자기장을 제거함으로써 자기장을 감지해 접근하는 기뢰 등 공격을 막을 수 있는 특수 장비다. 2000톤급부터 2만톤에 이르는 함정에 활용되는 시장이다.
이엔테크놀로지는 플라즈마 코팅용 전원공급장치와 디가우싱 장비만으로 매년 200억~300억원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다. 오랜시간 쌓아온 전력·전자제어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엔테크놀로지는 송·변전용 개폐기·고압차단기(GIS) 등 기존 사업에 이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영역 확대에 성공했다. 지난해 한국전력이 실시한 우리나라 첫 전력 주파수조정(FR)용 ESS 사업에서 PCS 분야 기술평가 1위를 받은 데 이어 올해 기술평가에서도 2위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지난 6월에는 ESS·풍력·태양광 발전기, 전기차 충전인프라, 전력 수요관리(DR) 운영을 위한 플랫폼 형태 통합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개발하고 ESS 시스템엔지니어링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기존 전력·전자제어 기술에다 배터리를 제외한 ESS 전반 운영과 핵심장치를 공급할 수 있는 자체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 분야 사업 강화를 위해 최근 기존 두개 독립 사업부를 융·복합 조직으로 일원화했다.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인력도 보강했다. 전통 중전기기, 에너지 신산업 컨버전스 집중도를 높인다는 전략에서다. 첫 타깃으로 대만을 택했다. 올해 초 대만 유력 중전기기 업체와 ESS 사업 협력에 들어갔으며 가정용 ESS 시장부터 공략할 계획이다.
이태식 이엔테크놀로지 사장은 “글로벌 ESS 경쟁력은 배터리나 PCS 단품이 아닌 안정적 시스템 설계·구축과 운영, 확장성 등이 핵심”이라며 “전력·전자제어 기술에 SW기술까지 확보하고 한전 ESS사업 등 실전 경험까지 갖췄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도 자신있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