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 명과 암]시급한 디지털 기록 전환 "사회적 인식 확산돼야"

2016 ICA(세계기록관리협의회) 서울총회 성공개최를 위한 `국가기록원 좌담회`가 29일 경기도 성남시 국가기록원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변회균 리베카 대표,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남영준 중앙대 교수, 정기애 국가기록원 기록정책부장, 조송암 ISO기록관리 표준위원장, 장완규 송담대 교수.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2016 ICA(세계기록관리협의회) 서울총회 성공개최를 위한 `국가기록원 좌담회`가 29일 경기도 성남시 국가기록원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변회균 리베카 대표,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남영준 중앙대 교수, 정기애 국가기록원 기록정책부장, 조송암 ISO기록관리 표준위원장, 장완규 송담대 교수.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세계기록관리협의회(ICA) 2016년 총회가 다음달 5일부터 6일 간 코엑스에서 열린다. 우리나라 우수한 기록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전자정부를 구축하며 수많은 자산을 디지털로 기록했다. 민간도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대부분 업무 과정을 디지털로 기록하고 있다.

디지털 기록 생성과 유통은 혁신을 이뤘다. 하지만 보존 문제는 상황이 다르다. 디지털 기록의 편의성은 향유하고 있지만 보존과 보호는 취약하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디지털 기록의 시급성을 인지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전자신문은 ICA 서울총회를 앞두고, 민관 기록 전문가와 문화·산업·법·제도적 측면에서 디지털 기록 보존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다.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예술 작품의 디지털화를 위해 비용 효율성과 함께 원본성을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각 나라마다 예술 작품을 디지털 기록으로 남기는 방식이 다른 만큼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작가뿐 아니라 대중도 예술 작품 가치를 평가하는 주체로 떠오른 만큼 새로운 담론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예술 작품의 디지털화를 위해 비용 효율성과 함께 원본성을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각 나라마다 예술 작품을 디지털 기록으로 남기는 방식이 다른 만큼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작가뿐 아니라 대중도 예술 작품 가치를 평가하는 주체로 떠오른 만큼 새로운 담론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디지털 기록의 전환이 시급한 분야가 문화계다. 고 백남준 작가의 비디오 아트가 대표 사례다. 브라운관 TV와 비디오테이프로 작업한 백 작가 작품 중 일부는 고장이 나거나 영상을 보여줄 수 없다. 작품을 보존하려면 디스플레이 기기는 최신 TV로, 비디오테이프는 디지털 영상 파일로 바꿔야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컨버팅` 비용과 시간 문제도 있지만, 예술계에서는 작품을 전달하는 매체(기기)가 바뀌었을 때 원본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지 문제로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며 “디지털 기록 보존에 대해 개인과 사회, 국가마다 추구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예술 작품이 가지는 원본성은 보통 작가에 의해 좌우된다. 백 작가는 TV와 비디오테이프 등 작품을 전달하는 매체가 바뀌어도 작품의 원본성은 인정된다는 입장이었다. 콘텐츠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최근 작품을 즐기는 대중도 작품 원본성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담론이 확산되고 있다. 예술 작품의 디지털 전환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장완규 용인송담대 교수는 10년 안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디스커버리와 같은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디스커버리는 법적 분쟁 시 이메일 등 전자 증거 자료를 모두 법원에 제출하는 제도다. 고의로 전자 증거 자료를 파기하거나 훼손하면 제재를 받게 된다. 장 교수는 우리 기업의 이디스커버리 인식 부족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완규 용인송담대 교수는 10년 안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디스커버리와 같은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디스커버리는 법적 분쟁 시 이메일 등 전자 증거 자료를 모두 법원에 제출하는 제도다. 고의로 전자 증거 자료를 파기하거나 훼손하면 제재를 받게 된다. 장 교수는 우리 기업의 이디스커버리 인식 부족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기록은 법적인 측면에서도 논쟁거리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기록물이 위·변조 되지 않는 이상 법적 증거자료로 인정하는 추세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메일이나 전자문서도 종이 문서처럼 법적 효력을 가진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에서는 전자 문서 활용을 장려하는 편이다.

문제는 전자문서 등 디지털 기록을 어떻게 보관하고 활용하느냐에 대한 국가별 시각차다. 미국은 `이디스커버리(e-Discovery)` 제도로 분쟁 소지가 있을 때 모든 디지털 기록을 보관하고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한국형 이디스커버리` 제도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문화적 차이로 시행은 불투명하다. 제도를 둘러싼 양국 간 견해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장완규 용인송담대 교수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 소송에 휘말렸을 때 디지털 기록을 남기고 법원에 제출해야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며 “우리 기업에 불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변회균 리베카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이 디지털 기록의 필요성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술과 경험의 축적인 디지털 기록은 기업 생산성 향상과 발전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업무 과정에서 디지털 기록 생성과 유통은 활발한 만큼 보존에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입장이다.
변회균 리베카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이 디지털 기록의 필요성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술과 경험의 축적인 디지털 기록은 기업 생산성 향상과 발전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업무 과정에서 디지털 기록 생성과 유통은 활발한 만큼 보존에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입장이다.

◇디지털 기록은 산업 발전과 직결된 문제다. 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디지털 기록을 활용한다. 최근에는 중소기업도 간단한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이나 이메일을 쓴다. 하지만 기록 보존에 신경쓰는 기업은 드물다. 변회균 리베카 대표는 “기업이 생산 활동을 하는 데 디지털 기록 보존은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일부가 최소한의 기록을 유지하긴 하지만 영구적 보존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우는 적다”고 말했다.

신규 채용이나 인사 이동이 있을 때 업무 기록이 남지 않으면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는다. 기술과 노하우가 디지털 기록으로 쌓여야 기업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 변 대표는 “디지털 기록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인식이 바뀌어야한다”며 “디지털 기록 생산과 유통뿐 아니라 보존을 통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송암 ISO기록관리 표준위원장은 디지털 기록의 표준에 신경써야한다고 지적했다. 독자적인 디지털 기록 방식과 기술로 세계 시장에서 고립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공공 과 민간이 디지털 기록에 대한 세계적 트렌드를 빨리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송암 ISO기록관리 표준위원장은 디지털 기록의 표준에 신경써야한다고 지적했다. 독자적인 디지털 기록 방식과 기술로 세계 시장에서 고립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공공 과 민간이 디지털 기록에 대한 세계적 트렌드를 빨리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록의 가치는 세계 어디나 동일하다. 그만큼 기록 방식과 관련 기술의 세계화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디지털 기록이 해외에서 읽을 수 없다면 `갈라파고스`가 될 뿐이다. 디지털 기록에 대한 국제 표준을 눈 여겨 봐야하는 이유다.

일례로 국제표준화기구(ISO221)에서 인정한 전자문서 포맷은 PDF/A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문서 포맷 활용도가 높다. 디지털 기록에 대한 국제 표준 17개 가운데 우리나라 표준으로 채택된 것은 절반도 안 된다. 조송암 ISO기록관리표준위원장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민간은 공공보다 국제 표준 인식 수준이 떨어진다”며 “우리 제품이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데 장애요인이 되기 때문에 산업계에서 표준에 대한 인식을 바꾸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기술과 표준이 영원 불변한 것이 아닌 만큼 시대 변화와 트렌드를 빨리 읽어야한다는 것이 조 위원장의 생각이다.

정기애 국가기록원 기록정책부장은 "역사적 가치를 남기는데 사회적 정서가 확산되지 못했다"며 "디지털 기록을 보존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ICA 서울 총회가 디지털 기록 보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세계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기애 국가기록원 기록정책부장은 "역사적 가치를 남기는데 사회적 정서가 확산되지 못했다"며 "디지털 기록을 보존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ICA 서울 총회가 디지털 기록 보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세계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나라에서 기록 보존에 가장 고민하는 곳이 국가기록원이다. 표준기록관리시스템(RMS) 보급으로 행정 분야 디지털 기록 보존 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표준RMS도 공공기관 도입률이 40%를 넘지 못한다. 정기애 국가기록원 기록정책부장이 법·제도적으로 디지털 기록 체계를 확산해야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정 부장은 “역사적으로 공통의 가치를 남기는 디지털 기록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확산해야한다”며 “공공뿐만 아니라 문화·경제·사회를 망라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영준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도 “어떤 기록을 디지털로 남기고 보전해야 하는 지 본격 논의가 필요하다”며 “공공, 산·학·연 등 모두 디지털 기록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인식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6 ICA(세계기록관리협의회) 서울총회 성공개최를 위한 `국가기록원 좌담회`가 29일 경기도 성남시 국가기록원에서 열렸다. 왼쪽부터(시계 반대 방향으로)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정기애 국가기록원 기록정책부장, 정완규 용인송담대 교수, 변회균 리베카 대표, 조송암 ISO기록관리표준위원장, 남영준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좌장).
2016 ICA(세계기록관리협의회) 서울총회 성공개최를 위한 `국가기록원 좌담회`가 29일 경기도 성남시 국가기록원에서 열렸다. 왼쪽부터(시계 반대 방향으로)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정기애 국가기록원 기록정책부장, 정완규 용인송담대 교수, 변회균 리베카 대표, 조송암 ISO기록관리표준위원장, 남영준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좌장).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