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혁 9단 "돌바람 실력 향상됐지만 수읽기 능력 개선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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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혁 9단과 돌바람 대국 기보
<유창혁 9단과 돌바람 대국 기보>

유창혁 9단이 `제2회 전자신문 기관·기업인 바둑대회`에서 국산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돌바람`을 상대로 승리했다. 돌바람은 이전보다 실력이 향상됐지만 최정상 바둑 기사를 상대하기는 아직 수읽기 능력이 부족하다. 향후 고도화 작업을 진행한다.

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회 전자신문 기관·기업인 바둑대회 친선대국에서 유창혁 9단은 돌바람 상대로 196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유 9단이 백, 돌바람이 흑을 잡았다. 대국은 초읽기 30초 3회 속기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력 차이를 고려해 돌바람이 먼저 3점을 놓고 유리한 입장에서 시작하는 3점 접바둑 형식을 택했다.

유 9단은 불리하게 시작한 초반 상변에서 싸움을 유도하며 격차를 좁혔다. 백 38수로 날카로운 공격을 구사하며 상변 흑돌 5점을 잡았다. 돌바람도 반격에 나섰다. 하변에서 유 9단 실수를 놓치지 않고 감각적 수로 실리를 챙기며 성장된 면모를 보였다. 세밀한 부분에서 약간씩 실수가 나왔지만 접바둑 유리함을 바탕으로 두텁게 중앙 세력을 형성했다.

승부는 대국 중반 유 9단이 중앙에서 전투를 유도하면서 갈렸다. 백 110수로 흔들기를 시도하자 돌바람이 실수를 범했다. 하변 백 곤마와 중앙이 연결돼 유 9단이 크게 이득을 봤다. 좌하귀도 손쉽게 삭감하며 `접바둑 효과`를 지워나갔다. 돌바람은 그 뒤에도 여전히 승기를 엿볼 수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공격으로 승부를 내줬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백마를 공격했다. 유 9단은 흑 163 악수를 백 164수로 매섭게 추궁하며 오히려 좌상귀 흑마를 잡아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돌바람은 이전과 비교해 포석, 행마 등 분야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유 9단 실수를 놓치지 않고 하변에서 이익을 보는 등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투에서 여러 차례 실수를 범하며 수읽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 9단은 “돌바람이 이전보다 포석, 행마에서 실력 많이 향상됐다”며 “수읽기 부분은 아직 미흡해 이 부분을 보완하면 상당한 실력을 갖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돌바람은 한 대국 안에서도 수마다 실력 편차가 크게 갈리는 게 인간과 다르다”며 “프로기사와 3점 바둑 실력은 맞지만 인간처럼 균등한 실력수준을 유지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돌바람 개발사 누리그림은 앞으로 돌바람 고도화 작업에 더욱 집중한다. 대국은 돌바람 성장을 중간 점검하기 위해 기획됐다. 돌바람은 1회 대회 때와 비교해 실력이 크게 향상됐지만 곳곳에서 실수를 범했다. 최정상급 프로기사와 벽을 체감했다.

임재범 누리그림 대표는 “고도화에 나선 지 한 달밖에 안 돼 실력이 좋아진 부분도 있지만 개선할 부분도 많다”며 “내년 말까지는 돌바람을 프로기사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전했다.

중국·일본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과 경쟁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중국·일본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프로기사와 2점 접바둑 수준까지 향상돼 돌바람보다 앞섰다. 유 9단은 “중국, 일본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대기업 투자로 급속도로 실력이 향상됐다”며 “우리도 많은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