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IT 전문가들이 연말연시 인사에서 상한가다. 수년 내 IT전문 은행장, 금융 대표 배출 가능성도 높아졌다.
핀테크 산업이 부상하면서 금융권 IT전문가, 스마트금융 인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상당수 IT 핵심 인력이 과거와 달리 초고속 승진 대상자로 이름을 올리는 등 핀테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IT금융 출신 인력들이 `뱅커` 출신을 제치고 초고속 승진하거나 계열사 대표까지 오르는 등 기염을 토했다.
NH농협금융은 이례적으로 핵심 계열사인 농형생명 대표에 IT전문가 서기봉 농협은행 부행장을 선임했다. 서 부행장은 스마트금융 부문 베테랑으로 꼽힌다. 금융사 최초 `지주 공동 플랫폼` 모델인 올원뱅크를 상용화했다. 핀테크 전문성을 보험에 접목하기 위한 인사다.
하나금융그룹도 핀테크 1세대로 꼽히는 한준성 미래금융그룹 전무를 하나은행 부행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1966년생인 한준성 부행장은 국내 최초로 월렛(전자지갑)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국내 최초로 아이폰용 모바일 뱅킹 서비스인 하나N 뱅크를 출시한 데 이어 부가서비스인 하나N 머니 등을 시장에 선보였다. 금융권 최초 통합 멤버십 `하나멤버스`를 탄생시킨 IT전문가다. 하나멤버스는 현재 회원수만 770만명을 돌파했고,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넘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를 허무는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권영탁 하나카드 모바일마케팅 팀장도 IT 전문성을 인정받아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 합작법인 `핀크`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SKT 출신인 권팀장은 실물 없는 단독 모바일 카드를 시장에 처음 론칭한 핀테크 전문가다.
금융IT 출신 전문가들이 핵심 요직에 두루 등용되면서 금융 핀테크 전담 조직도 대폭 확충되는 등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모바일뱅킹 서비스인 써니뱅크를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 수출 플랫폼으로 육성 중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간단한 문장 입력과 음성 인식만으로 송금할 수 있는 텍스트뱅킹을 선보인 데 이어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미래금융사업부를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도 미래채널그룹에 스마트마케팅부와 스마트채널지원 조직을 신설해 이동통신사 등 다른 업종과 제휴를 확대한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미 IT 담당 임원이 전면에서 새 먹거리를 발굴할 정도다.
대표 사례가 지난해 1월 구성한 금융투자업권 IT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시중 증권사 IT 및 정보보호담당 임원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통신망 확대 구축 사업을 공동 추진한 데 이어 블록체인 기술을 인증 분야에 적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추진하고 있다. 최고정보책임자(CIO)와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가 앞장서 비용 절감과 업무효율화를 위한 신기술을 직접 발굴하는 셈이다.
증권사 CIO 및 CISO들은 2014~2015년 무렵 상무급으로 대거 승진하며 존재감을 높였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차진규 IT본부장을 전무로 승진 발령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온라인으로 증권사 거래 방식이 전환될 당시 실무진으로 활동했던 IT 인력이 10여년이 지나 임원급으로 올라서고 있는 단계”라며 “증권사는 이미 IT회사나 다름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 움직임에 맞춰 한국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도 IT가 차지하는 영역이 넓어지는 추세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말 대대적 조직 개편을 착수했다. 경영지원본부 산하에 있던 IT전략부와 IT관리부를 글로벌IT사업단으로 편입했다.
이강윤 가천대 교수는 “인공지능(AI) 등 IT 발전이 앞으로 IT 및 정보담당 임원 역할을 더 강화시킬 것”이라며 “전산실이 과거에는 단순히 신호만 봤다면 앞으로는 다른 모든 정보를 모니터링할 정도로 영역이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