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들이 비상장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르면 2분기부터 시행될 비상장주식 내부주문집행거래에 대비해서다. 우수 기업 발굴을 위해 벤처캐피털(VC), 헤지펀드 등 계열사 간 협력도 활발하다.
26일 VC 및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금융투자업계가 비상장기업 투자에 한창이다.
벤처투자에 가장 활발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셀트리온, GS리테일과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각 펀드에 675억원, 500억원을 출자했다. 펀드 운용은 미래에셋캐피탈이 맡는다. 앞서 네이버와 공동 조성한 1000억원 규모 벤처펀드에 이은 세 번째 사례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아직 초기단계지만 다른 국내 기업들과도 신성장투자 목적으로 추가 펀드조성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KB증권도 최근 KB인베스트먼트와 공동으로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성장사다리펀드가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는 코넥스 활성화펀드에 70억원가량을 출자했다.
KB증권 관계자는 “KB인베스트먼트가 기업을 발굴하고 기업공개(IPO) 시점에 맞춰 KB증권이 고객에게 판매를 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협업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비상장 기업 투자가 틈새영역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증권사 최초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해 비상장주식 투자를 늘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까지 비상장 주식에 624억원을 투자했다. 헤지펀드 투자 비중이 70%가 넘는다.
대형 증권사들이 이처럼 비상장 주식 투자에 공들이는 이유는 미리 우수 비상장기업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르면 2분기부터 초대형 기업은행(IB) 제도가 시행되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는 거래소나 비상장 주식 매매·중개업무가 가능하다. 증권사가 직접 투자한 비상장주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초대형 IB 제도 도입 준비 당시만 해도 비상장 주식 내부주문집행 거래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최근 대체투자로 각광 받으면서 비상장 우수 기업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기존 자산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기관투자자 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까지 벤처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신탁형 벤처펀드는 연이어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사 한국투자파트너스 신탁형 벤처펀드 가운데 90%는 한국투자증권 신탁자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 증권사로부터 만기 도래를 앞둔 펀드가 보유한 비상장 구주 물량 문의도 부쩍 늘었다”며 “증권사들이 세컨더리펀드 공동 운용을 맡거나 출자하는 것도 수익성에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신규 결성된 세컨더리펀드 규모는 약 5600억원에 달한다. 증권사 자기자본 뿐만 아니라 증권사 PB센터가 모은 신탁자금이 유동성공급자(LP)로 참여하는 사례도 나왔다.
증권사의 비상장 주식 투자에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비상장주식 거래 현황 감시 강화를 올해 금융 관행 개혁 세부과제 가운데 하나로 내걸었다.
장준경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장은 “내부주문집행거래 시행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비상장거래 과정을 면밀히 살필 계획”이라며 “비상장주식은 고수익·고위험 상품인 만큼 불완전 판매 등 투자자 보호체계를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