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에너지·환경 분야에서도 공약 대결이 치열하다. 대다수 후보가 10대 공약안에 원자력·석탄화력 축소, 미세먼지 저감 계획을 넣었다. 과거 에너지·환경 공약이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핵심 어젠다로 부상했다. 미세먼지 피해가 늘고 잦은 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 안전성이 도마에 오르면서 에너지·환경문제가 민생 현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공약엔 발생원 차단, 중국과 공조 강화 등이 공통적으로 담겼다. 유럽처럼 친환경발전 비중을 높여 오염물질 발생을 근본 차단한다는 생각도 같았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전력시장은 큰 폭의 변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급전 우선순위에 있던 원자력·석탄이 뒤로 밀리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가동률이 크게 높아진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과감' 정도가 아니라 '획기적'으로 올라간다. 전력시장 운영제도도 큰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필연적으로 발생할 전기요금 인상 문제는 모든 후보에게 숙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값싼 전기요금은 원자력·석탄 발전이 지탱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발전원가가 높은 LNG,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전기요금 인상에 민감한 국민 반감을 감안하면 에너지 세제개편 등으로 충격을 분산하는 시도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석탄 발전 대대적 축소…대안은 희박
대선 주자의 에너지분야 핵심 공약은 '탈(脫)원자력·석탄' 'LNG·신재생 발전 대폭 확대'로 요약된다.
모든 후보가 지금까지 기저발전 역할을 해온 원자력·석탄 비중 축소를 공언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원자력·석탄 화력 신규 건설에 나서지 않을 계획이다. 건설중인 신고리 5·6호기 원전도 중단하고 전력계획에 반영했지만 아직 착공하지 않은 원전 건설도 재검토한다. 노후원전 수명 연장도 엄격히 제한한다. 가동중인 원전도 안전성을 정밀 재점검해 수명을 다시 따진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더 적극적이다. 원자력·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은 물론이고 민간사업자가 보유한 당진에코파워 1·2호기, 삼척화력 1·2호기 등 사업 허가도 취소시킬 계획이다.
이미 허가가 난 사업을 재검토한다는 공약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안 후보는 기존 사업권을 보유한 기업에 친환경발전소 허가를 다시 내주는 등 대안을 고려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이들 발전소 신규 건설 없이 단계적으로 비중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 세 후보 모두 2030년까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가장 강도 높은 공약을 선보였다. 2040년까지 원전을 완전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40년까지 40%까지 끌어올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원자력발전 비중 축소에는 동의하지만 완전 폐쇄에는 뜻을 달리한다. 전기요금 안정 효과와 대체 발전원 수급 상황을 고려해 원자력·석탄 비중을 조정하되 첨단 발전기술을 도입해 미세먼지·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하자는 입장이다.
◇전문가 “방향성 동의하지만, 전기료 인상등 문제 해결은 과제”
모든 후보가 친환경발전 체제로 전환을 주장하고 있어 대선 이후 전력시장은 큰 폭의 변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당장 하반기에 수립할 제8차 전력수급계획부터 이런 기조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올해 수립할 8차전력수급계획에 파리기후협약, 미세먼지 대응 방안을 담아야 했는데 대선 후보 공약도 방향성에서 일치한다”면서 “일부 공약을 제외하면 실현 가능성도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 가운데 원자력·석탄화력 비중은 60% 내외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기준 발전원별 연료비단가는 ㎾h당 원자력이 5원, 유연탄이 50원, LNG가 80원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이 보다 더 비싸다. LNG·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거세지는 구조다.
문 캠프는 2030년까지 에너지분야 공약이 계획대로 이행된다고 가정하면 전기요금이 지금 보다 최대 25% 가량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발전량 기준 원전 비중이 현재 30%에서 18%, 유연탄이 38%에서 25%로 떨어지는 대신 LNG는 20%에서 37%, 신재생은 5%에서 20%로 조정됐을 때를 전제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다.
이는 월 300㎾h 전력을 소비하는 가정이 한달에 1만1000원가량 전기료를 더 내야하는 수준이다. 10년이 넘는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전기요금에 민감한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부담이다.
안철수·유승민 후보 공약도 원자력·석탄발전소 비중을 축소하고 신재생발전량을 20%까지 늘리는 것이 골자다. 공약이 이행된다면 전기요금 인상 정도는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들은 요금 인상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김좌관 문 캠프 환경에너지팀장은 “원자력·석탄화력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하는 폐기물, 미세먼지 후처리 비용을 감안하면 LNG, 신재생발전이 사회적 비용측면에서 오히려 경제성이 높다”면서 “친환경 발전체제로 얻는 환경 편익 등을 소비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장혁 유승민 캠프 전문위원은 “전기요금 인상분을 소비자가 100%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환경급전 전환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세제 개편 등을 동시에 추진해 요금 인상 충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섭 교수는 “원자력과 석탄 비중이 낮아지면 결국 LNG발전 가동률이 높아지고 이로 인한 수입액이 연간 수조원이 늘어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한다”면서 “안정적 연료 수급 계획과 더불어 산업용·가정용 전기요금 인상폭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대선팀=성현희기자(팀장) election@etnews.com, 김명희·최호·박지성·오대석·박소라기자